[기획] 의대 광풍 속 인재 편중 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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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대 광풍 속 인재 편중 현상 심화
  • 이용 기자
  • 승인 2023.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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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5명 중 1명이 의학계열 진학 희망
의대 선호로 과학고·영재고 진학률 하락… 기술인재 고갈 우려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EBS 수능 연계 교재가 진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 교사 P씨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자녀의 고등학교 입시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과학에 소질이 있고, 학업 성적도 좋은 아이가 과학고등학교 입학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P씨 부부는 자녀를 의사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당 과학고는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에 한해 교육비를 환수하는 방침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아이가 워낙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고 있어 P씨는 일단 입학은 허락하되, 사비를 들여서라도 의대로 진학할 방법을 따로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 제조업 사업장을 운영하는 L씨는 6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자녀의 성적으로는 절대 의대에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유학원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미국 의대에 보냈다. 다만 해당 학교를 졸업 해도 한국에서는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없었다. 자녀는 학사까지만 마치고 회사 관련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지만, L씨는 자녀가 한국에서 의사가 된 모습을 보고 싶었다. L씨는 또 유학원을 통해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미국 의대로의 편입을 알아보고 있다.
기술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전 세계 기업들은 기술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 풀이 의대에 집중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의대 입시 열풍이 수험생인 고등학생 뿐 아니라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 4월 중학생(1~3학년) 842명, 초등학생(4~6학년) 502명 등 총 1344명을 대상으로 목표 전공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21.6%(290명)이 의학계열이라고 답했으며,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23.9%가 의학계열이라고 응답해 중학생 20.2%보다 높았다. 현재 학원가에는 ‘초등 의대 입시반’까지 등장한 상태다. 교육부는 해당 학원의 편법운영과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의대 진학을 준비하느라 과학영재고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이 전국 7개 과학영재학교의 2024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 결과를 취합한 결과, 평균 입학 경쟁률이 5.86대1로 지난해(6.21대1)보다 떨어졌다. 7개 학교 지원자 수는 3918명으로 전년보다 5.6% 줄었다. 기술 분야를 선도할 인재들이 모조리 의대로 진학함에 따라, 지난 2016년 교육부는 과학 인재들의 의대 편중을 막기 위해 영재고 8곳에 의대 진학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8개 영재학교 교장들은 2022년 신입생부터 향후 대학 입시에서 의대에 지원하면 대입 추천서와 진로 상담에서 제외하고, 장학금과 교육비를 환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사례처럼, 과학고를 다니더라도 의대에 진학하거나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해외에서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의대 입학을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학생들을 다른 분야로 이끄는 것은 아니라 의학 교육을 향한 대안적 경로를 만드는 셈이다. 인재들의 의대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타 산업군은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벤처기업 300개사와 취업준비생 817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 시장에 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63%가 인력수급을 '어려운 편'이라고 대답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조사한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AI 사업자들의 71.2%는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갈수록 벌어지는 중소기업-대기업 간 임금 차이가 의대 편중 현상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 지적했다. 강남 성형외과 의사 K씨는 “일반 기업계에서 임금이 높은 분야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제약 연구직으로 보통 초봉 4000~7000만원 정도다. 아무리 적게 받아도 연 1억은 버는 의사와 약사도 서울 내 전셋집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과 업종별 임금 차이가 불안정하면, 어느 학과든 갈 수 있는 상위권 인재가 일반 기업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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