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변 현상 억제할 수 있는 수확 시기 판정 색상표(컬러차트) 개발
매일일보 = 전승완 기자 | 아열대성 작물인 고추를 냉장 보관하면 저온 장해를 겪어 씨가 갈색으로 변해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풋고추를 냉장 보관할 때 발생하는 씨의 갈변 현상이 고추를 수확하는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히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수확 시기 판정 색상표(컬러차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풋고추 품종인 ‘녹광’을 대상으로 꽃이 핀 뒤 15~40일까지 거두는 시기를 세분화해 수확한 후, 4도(℃) 이하로 저온 저장하며 씨의 갈변 현상을 살펴봤다. 그 결과, 꽃이 피고 15일 뒤 수확한 고추는 7일 안에 씨의 갈변 비율이 100%에 달했지만, 40일 뒤에 수확한 고추는 저온에서 15일간 저장한 뒤에도 씨의 갈변 비율이 28%에 머물렀다. 풋고추 씨는 ‘씨껍질(종피)’로 덮여 있다. ‘녹광’ 씨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꽃이 핀 뒤 25일까지는 씨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지만, 꽃이 핀 뒤 35일부터 씨껍질과 배젖(배유)의 분리가 일어났다. 즉 씨껍질과 배젖이 분리되며 단단하게 성숙한 고추씨는 저온 스트레스에 저항성을 지니게 돼 갈변이 덜 일어나는 것이다. 고추 ‘녹광’은 보통 꽃이 핀 뒤 25일경 수확하는데, 씨의 갈변을 막으면서 풋고추로 먹기 위해서는 수확 시기를 일주일 정도 늦춰 30일~35일경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 40일 이후 수확하면 저장 과정에서 열매껍질이 빨갛게 변할 수 있다. 한편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추 속과 겉의 열매 변화를 보여주는 수확 시기 판정용 색상표(컬러차트)를 개발했다. 이 표를 활용하면 풋고추 씨가 알맞게 성숙했을 때를 바로 알 수 있고, 수확한 고추가 냉장고에서 어떤 조건에 갈변되는지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풋고추 씨의 성숙도와 갈변 현상과의 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애그리컬쳐(Agriculture)’에 실려 학술적으로 인정받았다. 농촌진흥청은 수확 시기 판정용 색상표를 특허출원했으며, 정부혁신에 맞춰 영농 활용 자료로도 보급 중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홍윤표 과장은 “냉장 보관한 풋고추의 씨가 까맣게 되면 먹지 않고 버리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고추 수확 시기 판정 색상표(컬러차트)를 바탕으로 수확 시기를 조절하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률도 줄이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