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상생인프라 조성을 비롯한 대‧중소기업의 협력체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 기반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 전면엔 대‧중소기업 상생 인프라를 내세웠다.
지난 2월 27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된 3개 의원안을 통합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대안이다. 이를 통해 수‧위탁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피해기업에 대한 신속한 구제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소송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등 피해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상생 제도로 '납품대금 연동제'를 꼽을 수 있다.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던 납품단가 연동제는 본격적인 도입 요구 이후 약 15년 만에 법제화됐다. 앞서 원자재가격이 3년째 상승하던 2008년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동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하도급법에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의 도입 근거를 담는 수준에서 논의가 일단락된 바 있다. 재계 단체 등은 납품단가 연동제가 ‘거래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끼리 정한다’는 시장 원리를 과도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원자재 가격 널뛰기에도 상승분이 대금에 반영되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지속돼왔다. 지난해 말 법제화되며 이러한 애로사항이 다소 상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납품 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에 연동제가 도입될 방침이다.
정부는 본격적인 제도 도입 전 교육과 컨설팅 제공으로 제도 적응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현재까지 80회 이상 기업설명회(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다. 연동제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동행기업도’ 지속 모집 중이다. 현재까지 연동제 사전 참여 기업이 1000개사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선후배 중소·벤처기업 간 상생협력 문화 만들기에도 나선다. 지난 5월 대통령실 경내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선포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여성기업·플랫폼기업 등 선배 기업이 후배 세대의 혁신성장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멘토링과 네트워킹 및 협업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민간을 중심으로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중소기업계 전반의 비전을 제시했다.
한편 기술탈취 문제도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중기부와 공정위 등 관계당국이 지난 수년간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노력했으나,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희곤 국회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7년간 중소기업 기술유용 적발 및 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26건의 기술탈취 행위가 적발됐다. 매해 20여 건이 적발되는 셈이다. 중기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중소기업 기술탈취 피해액은 2827억원에 달한다.
현재 중기부는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상담 신고센터 △기술보호 정책보험 △내부정보 유출방지서비스 기술지킴 서비스 △기술자료의 거래를 등록해 소송 증거자료로 쓸 수 있는 거래등록 시스템 △법무지원단 △기술탈취 분쟁 관련 보험 지원 사업 등이다.
중소제조업체 관계자는 “납품대금연동제를 앞두고 현장에선 제도가 잘 안착할지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며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도 판매대금에는 반영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제도가 잘 안착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