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BYD 등, 배터리 독자 개발·양산 지속
배터리 업계 “쫓아오는 동안 초격차 벌린다”
배터리 업계 “쫓아오는 동안 초격차 벌린다”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배터리 개발·생산에 나서면서 기존 거래관계였던 배터리 제조사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올랐다. 양측이 최근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배터리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는 가운데 미묘한 경쟁의식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업체들이 잇달아 배터리 사업 역량을 내재화하면서 기존 완성차-배터리 업계 간 협력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가 배터리셀을 직접 양산하기 시작하며 전기차 제조사의 배터리 사업 내재화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테슬라는 당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하는 한편, 일본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과 협업해 미국 캘리포니아주(洲)에 위치한 제조시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셀 양산을 개시했다. 이후 올해 초 개선된 성능을 갖춘 4680 배터리를 자체 개발·양산하며 배터리 분야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도 속속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 1위 업체 비야디(BYD)는 현지 뿐 아니라 인도 등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직접 양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말 광저우자동차도 배터리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밖에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유수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배터리 자체 생산역량을 강화하며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직접 양산을 추진하지는 않고 있지만 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한국 배터리 3사와 협업해 배터리 신제품을 개발하고 미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사업 내재화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 속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배터리 제조사의 입김과 시장 통제력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한 완성차 업체의 사업 주도권 확보가 절실해졌다. 최근 공급망 이슈로 대외 변수 통제가 더욱 어려워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핵심 요소인 배터리를 직접 다루려 한다는 관측이다. 김호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완성차 업체는 생산 효율화, 규모의 경제 달성 등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 일환으로 전개되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공장 생산은 2024~2026년 기간 활발해지며 배터리 원가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자립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짐짓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자체 개발·양산하는데 성공하더라도 배터리 제조사가 앞서 강화해온 품질 경쟁력과 양산 규모를 단기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배터리 사업 경쟁력의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등장으로 배터리 시장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고,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유인도 커질 것”이라며 “2차전지 산업생태계를 이끄는 기업들은 자동차 기업들에게 필요한 축적의 시간을 초격차를 위한 기회의 시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