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10월은 경로의 달입니다. 경로의 달을 맞이하여 우리지역에서도 각 읍면 단위로 빠짐없이 경로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공연을 정성껏 준비하여 어르신들로 하여금 다만 하루라도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대접하고 있습니다.
공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소중하고도 뜻 깊은 행사로서 계속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경로잔치를 보면서 한편으로 우리사회에서 노인이 처한 현실을 다시 생각하면서 우리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의 일생은 비슷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신체를 강건히 하고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됩니다.
청년으로 성장하면 이후 수십년 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국가와 사회는 그런 노력들을 동력으로 삼아 발전하면서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청장년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까지 일생 동안 기여한 분들입니다. 당연하게도 국가에 대하여 그 동안의 기여에 대한 보답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노인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저 참담한 마음뿐입니다.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대로 대가족이 유지되고 있어서 노인들은 가족과 함께 살면서 자손들의 보살핌 속에 비교적 평온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전혀 다릅니다. 노인빈곤율은 40% 가량으로 OECD 국가들 중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독거노인은 갈수록 증가하여 20%를 넘고 있는데 70%는 빈곤상태입니다. 고령으로 인한 완치할 수 없는 질병을 안고 살다가 대부분 요양원에서 고독하게 삶을 마감합니다.
이런 현실은 농어촌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몇 년 전 면민의날 행사의 참석자 대부분이 80대 고령인 것을 보고 마음 아팠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복지를 위한 각종 제도들을 마련, 시행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매우 미흡합니다. 이는 노인들의 ‘권리’라는 관점이 아니라 시혜적 ‘복지’라는 관점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노인복지제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소득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노인문제의 핵심이 ‘빈곤’이기 때문입니다. 연금제도나 노인기본소득제도 등을 통하여 노인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소득이 보장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상당 부분 저절로 호전될 수 있어서 소득보장에 노인복지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더라도 재정적 부담이 곧바로 가중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다소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어느 정도 감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보장은 노인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오늘의 젊은이가 바로 내일의 노인입니다. 노인의 삶의 수준은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중요한 지표입니다. 노후가 보장되어야 국가와 사회를 위한 헌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노후보장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우리 모두의 뜻을 모아 노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 속에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