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난과 저생산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사업체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빈 일자리는 20만4000개다. 전월 대비 9000개 줄었지만 숙박음식, 보건복지업 등 서비스업에서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 이들 업종이 전체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일자리의 질’이 낮아졌고, 중소기업계의 인력난은 크게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 확대를 원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8~9월 실시한 ‘외국인 근로자 활용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37%나 됐다. 국내 300인 미만 주요 업종별 중소기업 615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는 ‘급한 불 끄기’라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계 현장에선 내국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형기업 관계자는 “비숙련 외국인의 경우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실수가 잦은데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대 필요성은 이전부터 지적돼왔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생산성은 제조업이 2001년 41.6%에서 2021년 30.2%로 감소했고, 서비스업 역시 2007년 57.4%에서 2021년 44.9%로 줄었다.
이처럼 인력난과 저생산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계는 AI 기술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조업 생태계는 중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있어 AI 관련 기술은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지만, 제조업 현장에서 AI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규격화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AI는 근로자의 안전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SK는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작업 장소를 이탈한 근로자를 발견하면 위험 경보를 알릴 수 있도록 했다. AI 영상 분석 장비를 소형화해 대형 서버 도입이 어려운 열악한 산업현장에서도 최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장비는 마무리 단계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 시장에서 AI는 2023년 15억6000만달러(한화 약 2조359억원) 수준에서 연평균 47.8%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523억7000만달러(한화 약 6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EU(유럽연합)에 따르면, EU 기업의 약 42%가 최소 1개의 AI 기술을 사용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조 부문은 47%, 운송 부문은 36%, 금융·보험 부문은 40%, 공공 부문은 47%, 의료·건강 부문은 47%의 기업에서 AI 기술을 도입했다.
정부도 AI를 산업계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21년부터 ‘제조데이터 분석 경진대회’를 진행 중이다. 제조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조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도모한다. 이대희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지난 28일 열린 ‘제3회 K-인공지능 제조데이터 분석 경진대회’에서 “디지털 전환은 제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이를 위한 핵심요소인 제조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도입 단계는 미흡한 수준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디지털경제연구실 김경훈 연구위원의 ‘주요 산업별 인공지능(AI) 도입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의 AI 기술 활용수준은 대부분 ‘도입 단계(44.2%)’와 ‘실행 단계(43.3%)’에 해당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는 ‘실행 단계(49.0%)’ 서비스업은 ‘도입 단계(47.2%)’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템적 활용 단계’에 해당하는 비중은 제조업(13.1%)과 서비스업(12.3%) 모두 10%대로 저조했다.
도입 이후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AI를 도입한 기업의 87.0%가 AI 기술 도입이 긍정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기업은 AI를 도입한 54개 기업 중 한 곳에 불과했다. 다만 이들은 AI 도입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AI 인력양성’을 1순위로 꼽아 인력 양성 대비책도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AI기술은 중소기업계의 인력 부족, 낮은 생산성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므로 적극적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다만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