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재계에서 기업 총수들이 보여줬던 ‘뚝심경영’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0년 전 삼성의 핵심 성장동력이었던 반도체를 이어 갈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고 제약사업을 낙점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삼성의 바이오·제약 사업은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은 2007년부터 바이오·제약 산업 진출을 준비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국내 및 다국적제약사의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해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어 2011년 바이오의약품 생산대행 전문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2012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 위주의 사업전략을 펼치면서 꾸준히 몸집을 키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큰 결단을 통해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2012년 2월 14일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의 새 주인이 됐다. 당시 하이닉스는 외환위기 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때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룹의 역량과 개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며 인수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뚝심으로 SK하이닉스는 현재 그룹 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내뿜는기업이 됐다. SK하이닉스의 인수 당시와 10년 뒤 실적을 비교했을때 매출은 10조3950억원에서 42조997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690억원에서 12조410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어 전망도 매우 밝은 상황이다.

LG그룹의 미래를 담당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도 구본무 선대회장의 집념으로 시작됐다.

구본무 전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불모지던 배터리 사업에 씨앗을 뿌렸다. 1992년 부회장 시절 영국에서 2차 전지를 처음 접한 뒤 샘플을 가져와 럭키금속에 연구하도록 했고, 1995년 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으로 이전해 연구를 지속했다.

구 전 회장은 경제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섰고, LG화학은 이 같은 선제투자를 발판 삼아 탄생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이후 배터리 분야는 LG화학에서 분사돼 ‘LG에너지솔루션(엔솔)’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LG엔솔은 전세계를 강타한 전기차 시장에 맞춰 이차전지 시장에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

이찬우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