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돈, 돈! 이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가”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가문치고 돈 때문에 골육상잔의 비애를 겪지 않은 가문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 있었던 녹십자 오너일가가 선대 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모자간 벌인 법정공방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2의 동아제약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지만, 쉽게 일단락 나버렸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새삼 재벌가에 있었던 혈육간 쩐의 분쟁이 세간의 입방아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돈 앞에선 부모 형제도 없는 재벌가의 혈의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일반인들에겐 있어선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과연 재벌가에서는 피보다 더 진한 게 돈일까. 본지가 주요 재벌가에 있었던 골육상잔사를 총정리해봤다.
재벌가, 창업주 작고 기점으로 형제간 재산 다툼 빈번하게 일어나
경영권 공방 이어 법정공방까지 불사, 급기야 기업간 싸움으로 확대
[녹십자家] 창업주 작고한 지 얼마 안 돼 모자간 유산다툼
국내 내로라하는 제약업체들이 잇따라 유산분쟁에 휘말려 고초를 치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종근당이 그러하더니 이번엔 녹십자 오너일가가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법정공방을 불사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지병으로 타계한 녹십자 고(故) 허영섭 회장의 유산을 놓고 장남인 성수(39)씨가 어머니 정모(63)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언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법정분쟁이 점화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허 회장은 보유 중이던 녹십자 홀딩스 주식 56만여주 가운데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사회복지재단 등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과 차남과 삼남에게 물려주도록 유언장을 남겼다. 이에 장남인 성수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중에 임의대로 유언을 작성케 해 자신은 유산을 전혀 상속받지 못하게 됐다며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성수씨는 지난 2007년 녹십자 부사장으로 근무했으나 이후 회사를 떠난 반면 동생 은철(37)씨와 용준(35)씨는 각각 녹십자 전무와 녹십자홀딩스 상무로 회사 경영에 참가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우려때문일까. 지난달 30일 녹십자는 부랴부랴 이사회를 열고 허 회장의 후임으로 친동생인 허일섭 부회장을 선임키로 결정해,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장남 성수씨가 어머니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현재 진행 중이어서 가족간 유산분쟁은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을 전망이다.
[현대家] 왕자의 난 이어 시숙의 난, 시동생의 난…지금은 정통성 공방 중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은 대표적인 혈의 전쟁으로 꼽힌다. 지금까지도 이들은 정통성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 슬하에는 8남1녀가 있다. 이들 중 여자 형제를 제외한 남자 형제들간 경영권 다툼은 그야말로 아귀다툼을 방불케 했다.
특히 장남인 정몽필 인천제철(현 현대제철) 사장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 이 역할을 해야만 했던 차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5남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6남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간 경영권 공방은 소위 ‘왕자의 난’으로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작고한 후 하루아침에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전직 주부였던 현정은 회장, 또 이들 형제의 삼촌이자 시숙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 간 경영권 공방은 ‘시숙의 난’, ‘시동생의 난’으로 불리며 혈의 전쟁을 이어왔다. 맨 처음 시작된 ‘왕자의 난’은 정주영 회장이 작고 전인 2000년께 였다. 형제간 서로 더 좋은 계열사를 차지하려는 욕심이 불화의 씨앗이 됐다. 결국 현재의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차그룹으로 분리되자 이들 간 다툼은 종결 난 듯했지만 여전히 이들 간엔 당시의 앙금이 남아있는 지 서로 왕래가 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3년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외국인 지분 급등에 맞서 현대그룹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현대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이게 ‘시숙의 난’이었다. 이어 2006년에는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외국인투자자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에 현대상선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현대상선 최대주주가 되면서 발생한 ‘시동생의 난’이 있었다. ‘왕자의 난’ 이후에 벌어진 전쟁은 모두 현정은 회장이 타킷이 됐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난들이 종결된 이후에도 여전히 이들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느 누가 선대 회장의 정신을 이어 받은 정통성을 지녔는지를 놓고 서로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형제 기업간에 넘지 말아야 할 고유한 사업 영역마저 침범해 공방을 벌이는 가하면 선대 회장의 땀과 애환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현대건설을 차지해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한 암투마저 속출하고 있다.
[두산家] 113년 전통, 형제의 난으로 실추 불씨는 여전히 잔존
국내 최고령 재벌 가문인 두산가는 올해로 113년째를 맞아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여기에 하나 더 자랑거리를 든다면 이 기나긴 세월 동안 형제간 큰 다툼 없이 화목한 가정사를 일궈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두산가 역시 2005년 7월을 기점으로 혈난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검찰에 한 장의 투서가 제보됐는데, 내용인 즉슨 당시 박용성(3남) 회장과 박용만(4남) 부회장이 1700억원대의 비자금을 불법으로 조성해 사용해왔다는 것이었다. 실로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투서를 제출한 장본인인 바로 이들의 친형인 고(故) 박용오(차남) 전 회장(성지건설 전 회장)이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화목했던 두산가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박용오 전 회장이 친동생들을 검찰에 밀고한 이유는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종용을 받고 그룹 회장직을 동생인 박용성 회장에서 넘길 것을 요구받으면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여기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정원씨를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반면 박용오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던 것 또한 혈난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이들은 해를 넘기며 법정 공방으로 이어갔고, 결국 검찰의 수사 끝에 박용오 전 회장이 제보한 내용대로 비자금조성과 횡령, 분식회계 등 각종불법행위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자진사퇴하면서 일단락났다. 하지만 이 일로 박용오 전 회장과 두 아들 경원, 중원씨는 가문에서 미운털이 박힌 것은 불보 듯 뻔한 일. 이 때문인지도 모르나 중원씨는 코스닥 주가조작 혐의와 공금횡령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최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두산은 현재 오너가 3세 형제들(용성·용현·용만)이 나란히 주력계열사인 중공업·건설·인프라코어를 맡아 최고위층을 형성하고 있고 박용오 전 회장 부자만 그룹 경영에서 빠져 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지난해 8월16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부인인 명계춘 여사의 빈소에서 두산가 6형제가 빈소에 도열해 조문객을 맞이했는데, 서로간 대화는 일절 없었을 정도로 냉기류가 흘렀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지난달 4일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 박용오 전 회장의 자살원인을 놓고 설왕설래했는데, 이 중 ‘형제간 반목’이 박 전 회장을 죽음으로 내몬 원인 중 하나였을것이란 지레짐작을 해보기도 한다.
[대림家] 삼촌과 배다른 조카간 벌인 숙질의 난, 지금은 휴전 상태?
대림가의 ‘숙질의 난’은 재계에서도 잘 알려진 재벌가 혈전 중 하나이다.
현대가의 ‘시숙의 난’과도 종종 비교되곤 하는 데, 대림통상 경영권을 둘러싼 삼촌과 조카간 쟁탈전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촌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배다른 조카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이 혈전의 두 주인공이다. 이재우 회장은 대림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회장의 동생이고 이부용 전 부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둘째아들로 현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의 이복동생이다. 이들 간 분쟁은 2003년 이 전 부회장 일가가 거듭 대림통상 지분을 취득하면서 서막이 올랐다. 당시 이 전 부회장 일가가 돌연 지분매입을 하고 나서자 이재우 회장측도 부리나케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특수관계인을 앞장 세워 보유 중이던 BW신주인수권까지 동원하면서 지분율을 끌어 올리며 맞대응했다. 이후 이들은 해를 넘긴 분쟁 끝에 2007년 극적인 화해를 함으로써 일단락났다.
당시 이재우 회장이 대림통상의 알짜 계열사 대림요업(현 대림비앤코)을 내어주고 줄곧 경영권을 위협하던 2대주주 이 전 부회장 일가로부터 주식을 전량 사들이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림간의 혈전은 ‘휴전 상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알짜배기 회사를 넘겼으니 이재우 회장으로선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란 것이다.
[동아제약家] 경영권 분쟁 부른 강 회장의 숨기고픈 애정사
한때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동아제약 사태는 강신호 회장의 숨기고픈 애정사에서 비롯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로 83세인 강 회장은 지난 2006년 첫째 부인과 ‘황혼 이혼’을 했는데, 당시 재계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첫째 부인은 이혼 사유로 ‘남편의 사생활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강 회장이 어떠한 사생활이 문제가 됐는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황혼이혼을 결심한 첫째부인의 아들이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였던 강문석 전 동아제약 이사가 한 경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어머니와 아버지 간 있었던 반목의 한 단편을 엿볼 수 있다.
강 전 이사는 인터뷰에서 “어머님은 40년간 남편없이 혼자 사셨다. 그런데 생활비마저 끊기니깐 ‘이건 나를 부인으로 여기지 않는 거 아니냐?’며 화가 나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재계에서는 익히 강 회장이 네 아들 중에서도 둘째 부인에게 얻은 자식을 더 총애해 자녀들간 반목이 끊이질 않는다는 얘기가 자주 나돌았었다. 강 회장과 첫째부인 사이에선 장남 강의석씨와 차남 강문석 전 동아제약 이사가 있고, 혼외를 통해 낳은 강우석 (주)선연 대표와 강정석 사장이 있었다. 달리 말해 이들 형제는 이복형제인 셈이다. 여기서 장남 강의석씨는 건강상 문제로 경영 일선에 전혀 참여 하지 않았었기에, 차남인 강문석 전 이사가 강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점쳐졌다. 하지만 강 회장은 혼외 자식인 강우석 사장을 더 총애해 강 전 이사에게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강 전 이사는 이에 반발, 우호 지분을 끌어들이며 맞대응에 나섰고,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판세는 아버지 강 회장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강 전 이사는 전세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돌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07년 11월 강 전 이사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아버님께 불효했던 아들로서 사죄를 드린다”며 “앞으로 저는 아버님께서 뜻하시는 대로 적극적으로 따르며 형제간의 화합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로써 동아제약 ‘부자의 난’은 맥없이 종결됐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불씨는 잔재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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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식버리고 의붓자식만
지나치게 편애하는구나?
이런 비정한아버지가
세상에어디있냐!
고아원에서 데려온양자도
아니고 둘째부인한테서
얻은 의붓아들한테 회사를
물려주다니? 참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