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인, 태평양 건너 살면 ‘자랑스런 한국인’ 한국에 살면 ‘이방인’
[매일일보=김호준 기자] “같은 혼혈인이라도 태평양 건너 살면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는데, 한국에 살면 이방인이 된다. 이상한 공식이다. 오늘 지상파 방송 뉴스 프로그램과 온갖 신문을 장식했던 하인스 워드의 기사들... 언론이 참 호들갑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이지영 펄벅재단 사회복지사는 “요즘은 혼혈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해 서툰 한국말과 어설픈 몸짓으로 인기몰이를 하자 혼혈인에 대한 편견이나 어려움이 사라진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안타깝게도 각광받는 혼혈 연예인 대부분은 백인계 중산층 출신으로, 오히려 우리 사회의 이중 잣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면서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유창한 영어실력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들은 보통의(?) 혼혈인뿐 아니라, ‘토종’ 한국인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흑인계, 동남아계 혼혈이거나 같은 백인계라 해도 영어 대신 한국말을 쓰고 한국의 편모 가정 출신이면, 이들을 보는 눈길은 당장 달라진다”고 말했다. 즉 같은 혼혈인이라도 백인계는 우대를 받지만 흑인계 등은 천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하인즈 워드(30)가 흑인계 혼혈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커다. <매일일보>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에서 MVP의 영예를 안으며, 일약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떠오른 혼혈인 ‘워드’의 성공스토리와 함께 우리사회 혼혈인의 실태를 재조명해보았다.
요즘 최고의 화젯거리는 누가 뭐래도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이다. 한국계 혼혈인으로서 역경을 딛고 단일 이벤트로써는 세계최대의인 미국 프로 미식축구에서 MVP를 거머쥐면서 워드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한, 치명적인 육체적 고통을 딛고 정상에 올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워드는 서울에서 주한미군이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하인스 워드 시니어와 한국인
어머니 김영희(55)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뒤 이후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아보지 못했지만 오른 팔에 `하인스 워드'를 한글로 새겨 넣을 정도로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
워드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존 스톨워스(1974-87년 / 357개)를 제치고 피츠버그에서 개인통산 최다 리시브를 잡아낸 선수이자,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간판이자 팀의 정신적인 리더로 우뚝 섰다.
워드를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어머니 김영희씨다. 김씨는 엄하면서도 헌신적인 우리의 어머니상이다. `흑인과 결혼했다'는 집안의 비난을 피해 미국에 건너왔지만 곧 배우자와 헤어졌다. 영어를 못해 직업이 변변찮았던 탓에 워드의 양육권도 전 남편에게 빼앗겼지만 어린 아들이 눈에 밟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에 따르면 워드는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2학년 때 아버지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녀는 접시닦이, 호텔 청소부, 식료품 가게 점원 등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하면서도 워드가 끼니를 거르지 않고 깨끗한 옷을 입으며 운동하도록 정성을 다했다. 이 같은 김씨의 헌신적인 모성애와 보살핌으로 워드는 조지아 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끊임없는 어머니의 채찍질 덕분에 워드는 체육특기자임에도 학업에서도 성적이 좋았다.
워드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대학풋볼에서 쿼터백, 와이드리시버, 러닝백 등 3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며 공격 3부문에 걸쳐 1천야드 전진을 돌파하는 전인미답의 공격신기록을 세웠다.‘영원한 이방인’ 혼혈인으로서 받아야 했던 주위의 냉대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우뚝 선 워드는 우리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금도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며 인터뷰 때 마다 "엄마는 나를 위해 뼈 빠지도록 일했다. 거기서 성실, 정직, 사랑 등 모든 가치를 배웠다"며 "나는 뭘 하더라도 어머니가 베푼 은혜를 갚을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우리나라에서 소외받는 혼혈인
이처럼 워드에 관한 소식들이 신문과 방송매체 등에서 톱뉴스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혼혈인들에게 있어 워드는 특별한 케이스이자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대다수의 혼혈인들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냉대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워드 신드롬'을 계기로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다소 높아지고 있기는 했지만 관심이 한 개인의 성공담에 초점을 맞춰지다 보니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혼혈인에게 또 다른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제결혼 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0년 1만 2천319건이었던 국제결혼이 2004년에는 3만5천여건으로 폭증했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면 혼혈인 2세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재영 펄픽재단 한국지부 사회복지사는 “재단을 통해 등록된 수치에 따르면 국내거주 혼혈인은 3만 5천명 정도지만 등록되지 않은 혼혈인도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몇 배에 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사회는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1세대'를 시작으로 최근 아시아인과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Kosian)'등 많은 혼혈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니엘 헤니, 데니스오 등 혼혈인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혼혈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렇게 방송매체에서 주목을 받아왔던 혼혈인들은 대부분이 백인계 출신 혼혈인이다. 그동안 워드처럼 흑인계나 동남아계 출신의 혼혈인들의 조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흑인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아동은 인종 차별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과 다른 생김새와 경제적 궁핍, 출생 자체에 대한 편견으로 몹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출신 근로자와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시아계 혼혈 아동들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열악한 작업환경과 비현실적인 임금, 편견과 멸시 등으로 이들이 겪는 어려움 또한 흑인 혼혈 아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언어와 문화적 차이 등으로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동들은 학교에서도 ‘왕따’나 이지메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취학아동의 경우 아직도 국내학교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조금 형편이 나은 경우 외국인 학교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만 대부분 가난이 대물림 되는 형편이어서 교육의기회가 많지 않다.
성장해 취업 시기가 되어도 장애인과 함께 혼혈인은 기피 대상 1순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혼혈아동이 어렸을 때 속칭 왕따나 놀림을 당해 학력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전문성 부족으로 취업시장에서 외면 대상이 되고 있다.
혼혈인 사이에서도 차별 심각
혼혈인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해 한국 남성과 동남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동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으나 주한미군과 동남아 근로자를 아버지로 둔 혼혈 아동은 경제적 어려움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처럼 많은 혼혈인들이 사회에서 천대와 외면을 받고 있다.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혼혈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차별과 멸시라는 틀에 갇혀있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이 땅에서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영어를 모르는 혼혈인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펄벅 재단의 이지영 간사는 "혼혈인 문제는 일부 혼혈인 연예인이 인기를 얻거나 하인스 워드 같은 사람이 주목받는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며 "먼저 정부의 정책이 바로 서고 모든 사람이 시간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몇몇 소수의 혼혈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를 대하는 시선이 모든 혼혈인들에게 대하는 시선으로 다가가는 국민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국내 혼혈인 모임인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에서는 혼혈인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며 ‘국제가족’이란 단어를 쓰기로 했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우리말과 우리 음식을 사랑하며 우리 땅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분명 배달민족의 자손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된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당당한 시민으로서 통합되고 적응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는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혼혈 학생의 학업 중도 탈락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혼혈인의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 및 고용정책, 혼혈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변화를 위한 홍보정책 등은 당장 시급한 대책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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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 연예·스포츠 스타 급부상>
최근 들어 동서양의 매력을 조화시켜 놓은 듯한 혼혈인 스타들이 브라운관이나 기타 매체를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신드롬을 몰고 온 TV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에 출연한 다니엘 헤니(27)는 혼혈 스타중 가장 두드러진다. 영국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니엘은 오딧세이 화장품, 올림푸스 카메라 광고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출연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다니엘은 농구선수, 연극배우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는데다 뉴욕.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패션. 광고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동서양의 매력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페이스에 188㎝.73㎏의 체격을 갖추고 있어 모델로서 완벽하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다니엘 헤니의 등장이후 또 한명의 잘생긴 혼혈배우 데니스 오(25)가 등장하였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한 모델 출신으로서 지난해 대우전자 클라쎄, 스카이IM-8500에서 신선한 느낌을 준 데니스오는 얼마 전 끝난 MBC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에 출연해서 연기자로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가수로서는 윤수일, 인순이, 박일준 등이 있는데 윤수일은 북한 출신 어머니와 미국공군조종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78년 ‘사랑만은 않겠어요’ 82년 ‘아파트’는 그해의 최고 히트곡으로 선정되면서 주목받았고 ‘밤이면 밤마다’의 인순이도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매너로 폭 넓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박일준은 가수 출신이지만 코미디프로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또, 신세대 혼혈 연예인으로는 't' 윤미래와 소냐가 있는데 윤미래(22)는 힙합그룹 '업타운'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 솔로가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힙합뿐 아니라 랩, R&B 등 풍부한 음량과 다양한 음색을 자랑한다.
타샤니 시절의 '경고', 솔로앨범의 '시간이 흐른 뒤' 'To My Love' 등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소냐(본명 김손희·22)는 경북 구미 금오여고 3학년이던 1999년 '너의 향기'로 가수 데뷔했다. 발라드 펑키 힙합 고스펠 등 못하는 장르가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컬러의 노래를 소화한다.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냈고 최근에는 뮤지컬스타로서의 입지도 다지고 있다.
스포츠계에서는 프로축구팀 수원삼성의 김준(20) 선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준 선수는 주한 미군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어릴때 떠나버려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축구를 통해 그늘을 털어버리고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다. 17세 이하 청소년대표로도 활약한 김준 은 수원삼성에 입단 후 많은 경기에 출전해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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