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사상 처음 1130조 돌파..2분기에만 32조 증가
금리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이자 부담 연간 2조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재부각되고 있다.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의 가계부채가 한국경제를 뒤흔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 외국자본 유출 등을 염두해 시차를 두고 금리를 따라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더욱이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금리인상 시차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130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130조원을 넘겼다.이는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지난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 1098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2조2000억(2.9%) 증가했다. 직전분기인 1분기는 분기 증가액이 1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2.5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지난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 1035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가계부채는 1년 새 약 100조원(94조6000억원, 9.1%) 가량 폭증했다.가계신용은 가계 빚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통계로 금융권 가계대출은 물론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의 대출을 포괄한다.가계대출의 3분의 2 가량이 기준금리와 연계되는 변동금리형으로 단순 금액 추산만으로 700조~800조원 가량이다.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가계 이자 부담액은 연간 1조7500억~2조원에 달한다.미국 연방준비제도 내부 보고서에 의하면 연준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1%포인트 가량 올린다는 목표치를 세우고 있다.
만약 연준이 목표치대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최소 이에 상응하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이를 가정하면 내년까지 최소 7조~8조원 가량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위험요소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의 태도도 변화되는 양상이다.정부는 7월말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국내외 충격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 선제·종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지만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상당한 잠재 위협 요인이라는 점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가장 약한 고리는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는 변동금리 대출이나 이자만 내다 만기에 일시에 원금을 상환하는 만기 일시상환대출이다.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 등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고정금리나 분할상환대출 비중은 여전히 각각 3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제2금융권과 고령층,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대출도 약한 고리로 분류된다.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대출보다 고금리인 데다 차주들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령층은 현금흐름이 젊은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나쁘고 자영업자는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위험권으로 분류된다.전문가들도 최근 시장 불안이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적했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일주일간의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상기해 보면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변수가 너무 불안하고, 가계부채로 대변되는 국내경제 변수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통상 경기가 안 좋아지면 하위 계층이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다"면서 "이들이 부채를 갚지 못하면 그만큼 가계부채도 부실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 여건에서 미국도 쉽게 금리를 올리기 어려우므로 당장 위험성은 약화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 경제가 침체되고 소득이 줄어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면 결국 가계부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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