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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속도를 내서 빨리 해결하라”고 주문하면서 기준 마련에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집단 기준 상향과 관련해 TF팀을 가동하고 올 상반기 내로 ‘1차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일단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높이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렇게 되면 이 논란을 야기 시켰다고 볼 수 있는 하림그룹은 대기업 집단에서 빠지게 된다.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은 지난해 자산규모 4조2000억원의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인수하면서 4조7000억원이었던 자산이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자산이 두 배 불어난 하림은 대기업 집단에 편입하게 되면서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고 기업집단 현황 등 주요 경영사항 의무공시,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 금지 등의 규제가 적용받게 됐다.이를 두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한국의 대기업 규제는 OECD 1위 수준”이라며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 같은 차별 규제가 성장을 막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하림뿐만 아니었다. 셀트리온, 카카오 등도 볼멘소리를 냈다.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예 대기업 집단 지정 제도·규제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제도 때문에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을 앓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어른아이’가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경제학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현상을 말한다.하지만 이 같은 접근방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세계보건기구(WHO)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오염은 ‘산업화 및 자동차 배출가스 증가’ 등으로 1960년대부터 악화되면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4명으로 주요 12개국 중 중국 다음으로 많다.‘기업 규제가 OCED 1위 수준’인데, ‘대기오염은 최악’이라니 아이러니 할 노릇이다.기업을 옥죄이는 규제 개혁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정부가 일부 특정기업만을 위해 법제도를 한순간에 바꾸려고 한다면 오히려 피터팬 증후군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기업의 응석받이가 될 뿐이다. 우리는 익히 세월호 사태와 옥시 사태에서 경험하지 않았든가. 골든타임의 중요성도 알게 됐지만, 이 끔찍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 계층과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허술한 법제도를 방치해두고 규제를 완화해줬던 결과가 얼마나 큰 아픔을 가져왔는지 말이다.따라서 정부는 당초 고민했던 부분을 또다시 고민해야한다. 골든타임과 신중함을 동시에 기해야한다는 것이다.대기업집단 기준을 차용한 관련법이 64개에 이른다고 하니 이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며, 아직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등 세법과 관련해서도 이해득실과 여파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또한 국내 자산보다 해외 은닉 자산이 많아 대기업 집단에서 들어가지 않는 기업들도 적발해야한다.거듭 강조하지만 정부는 어느 누가 봐도 건장한 어른인데도 불구하고 ‘청소년 혜택’을 달라고 우기는 어른에게 ‘청소년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