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때 TBC 아역으로 연기 시작해
대학 포기, 이혼 겪었지만 오히려 풍부한 연기에 도움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지난 25일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난 배우 장희수는 화려했던 지난 봄날의 흩날리는 벚꽃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었다. ‘참 곱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최근 MBC 드라마 <마이리틀베이비>,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녀의 연기 인생은 어릴 적부터 이어져왔다.워낙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그녀는 ‘연예인’이라는 삶을 꿈꾸지도, 꿈꿀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떡잎을 알아본 연기학원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친구가 아버지 몰래 그녀를 방송국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1974년도 당시 TBC에서 방송하던 드라마의 아역으로 출연하면서 연기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원래 꿈이 외교관이었던 장희수는 대학에서 1년여 동안 법을 공부했다. 하지만 유복했던 가정환경에서 3남 1녀 중 장녀였던 그녀는 아버지의 병으로 가세가 기울자 동생들에게 대학 공부의 기회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그런 상황 속에서 참가하게 된 것이 바로 ‘제5기 미스롯데’. 대학이라는 어떤 하나를 포기했지만, 연예인의 삶이란 또 다른 하나를 얻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장희수의 배우로서의 삶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에 KBS 공사 8기로 활동하며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TV 손자병법>, <전설의 고향> 등에서 활약을 시작했다.순탄할 것만 같았던 배우로서의 삶은 그녀 나이 27살에 위기를 맞았다. 연기 자체에는 자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희수는 연기 이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참 어렵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어느 인간관계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기, 질투, 오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실어증까지 겪었다고 고백했다.연기자 생활을 접을 뻔 했지만 그러던 중 좋은 기회를 만나 KBS 라디오 진행을 하게 됐다. 어찌보면 그녀가 지금까지 여러 방송 MC를 맡고, 가끔은 강연까지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은 라디오 진행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끔은 그런 활동 때문에 연기자가 아닌 아나운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이쯤 되자 배우 장희수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장희수, 한 여자로서의 장희수의 삶이 궁금해졌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녀의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아버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함경도 함흥 출신으로 서울에서 철강사업을 운영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수학여행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분이셨다. 그녀는 “어렸을 적엔 그런 아버지의 울타리가 답답하기도 하고 밉기도 했지만 ‘남을 속이려 하지 말고, 내 것이 아니면 돌아보지 마라’ 같은 아버지의 가르침이 아직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대학 포기, 이혼 겪었지만 오히려 풍부한 연기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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