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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1등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의 최고 경영자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부산은행 모회사인 BNK금융지주가 지난 2015년 경남은행 인수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성세환 회장(겸 은행장)이 주가 시세조종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전임 이장호 회장이 '엘시티'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 이어 성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BNK금융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성 회장으로서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을 뿐더러 직접적 개입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이른바 '작전'에 개입했다는 의혹만으로 대외 신인도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주가 시세조종은 대규모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당이익이나 손실회피 규모에 따라 최장 '10년 이하'의 징역과 함께 부당이익의 3배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우에 따라 대규모 소송전까지 치러야할 상황이다.이번 'BNK사태'는 극단적 사례지만 일부 시중은행들도 '주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신한금융지주는 신상훈 전 사장의 스톡옵션 지급 여부를 놓고 법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사태는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신 전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촉발됐다.신 전 사장은 지난달 대법원으로부터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만큼 2005~2008년 부여받은 2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신 전 사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명예회복과 함께 스톡옵션 역시 기나긴 소송전의 계기로 작용했을 터다. 반대로 신한금융으로서는 20억 주식이 내분사태의 악몽을 이끈 부차적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 됐다.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신한사태의 '주역'으로까지 지목된 위성호 신한은행장으로서는 신 전 사장과의 질긴 '악연'을 끊어내는데 스톡옵션 허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은행 최고경영자에게 지급되는 스톡옵션은 단기 실적주의를 부추기고 주주와의 이해상충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있어왔다. 대다수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회장들은 2~3년 임기를 채우고 많게는 수십억원의 스톡옵션을 부여받는다. 때문에 과거 KB국민은행은 스톡옵션 대신 주식의 현재가치를 적용한 스톡그랜트를 도입하는 실험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 됐다.이처럼 주식 때문에 골치를 썩는 은행이 있는 반면 '착한' 주식거래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 사례도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4일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공개매수 방침을 밝히며 당일 종가대비 각각 18%, 8% 가량 높은 가격을 매수가로 제시했다. KB금융 측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을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지분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비은행 부문 확대를 통한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윤종규 회장의 밑그림이 완성된다. 하지만 KB금융은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과정에서는 소액주주들로부터 거센 원성을 사기도 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22.56%에 대해서는 주당 2만3000원대의 가격을 책정한 반면, 이후 소액주주들에게는 현대증권 주식 5주를 KB금융 1주로 돌려줬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상선 측에 제시한 가격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KB금융은 협병가액을 크게 낮추며 염가매수차익으로 실적잔치를 벌였지만 소액주주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독립 경영' 숙원을 주식거래로 해소한 사례다. 무려 4전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현재 7개 기업이 지분 30%를 공유하는 과점주주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과감히 포기하고 분할매각에 나서면서 '일부 민영화'에 성공한 것이다. 민선 1기 은행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은행장은 정부의 잔여지분 21% 매각을 통해 내친김에 100%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