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도 모르는 새 버전 강제 조정 논란
LG전자의 야심작 '샤인폰'이 지난해 10월 18일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만 여대가 팔리며 인기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여세를 몰아 지난 연말부터는 북미,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에까지 나섰다. LG전자는 샤인을 '초콜릿폰'을 잇는 글로벌 히트 모델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샤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LG전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시 당시부터 샤인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내세웠던 동영상 기능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 수 소비자들이 S/W(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았지만 알고 보니 기능이 오히려 '다운그레이드' 됐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인터넷 상에서 모임을 결성해 LG전자에 대한 '항의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강모씨(28)는 지난해 12월 샤인폰을 구입했다. "통화 시 '지지직'하는 잡음이 생긴다는 불만이 많은 편"이라는 대리점 직원의 말에 망설이던 강씨는 독특한 디자인에 카메라 화질, 동영상 촬영 등에 끌려 결국 샤인을 구입했다. 다행히 개통 후 몇 일 동안 강씨는 통화품질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동영상 재생 시 화면이 번지면서 빨간 점 같은 것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 강씨는 "화면을 재생시키는 데 이상한 점이 나타났다"며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문제가 생기니까 왠지 속았다는 기분까지 들었다"며 불쾌해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본 강씨는 자신과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는 샤인폰 사용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들 대부분이 동영상 재생 시 빨간 점, 선 등이 생기고 소리와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가 하면, 화면이 자주 끊기는 등 각종 '버그'를 호소하고 있었다. 네티즌들을 통해 S/W(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면 빨간 점을 비롯한 동영상 오류가 해결된다는 정보를 얻은 강씨는 자신의 웹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받았다.'동영상', 업그레이드 아니라 다운그레이드?
강씨처럼 일단 S/W업그레이드를 받은 소비자 대부분은 점, 선이 나타나거나 소리와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동영상 오류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었던 것. 즉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면 오류는 어느 정도 없어지는 대신 동영상 프레임이 낮아지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됐다. 동영상 '프레임'은 초당 바뀌는 화면 수를 말하는 것으로 프레임이 높을수록 끊김이 없고 좀더 부드러운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샤인'은 출시 당시부터 30프레임의 고화질과 매끄러운 동영상 화면 전환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모델이었다.이에 '애초부터 오류의 문제를 안고 무리하게 프레임을 늘린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프레임이 높아서 오류가 생기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것이 제품 자체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샤인폰 이용자들 "LG, 얄팍하고 파렴치한 처사"비난
한편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는 '샤인폰, 소비자를 조롱하는 LG전자' 라는 항의글이 올라왔다. 수 천 명의 네티즌들이 이 글에 동조하며 "LG는 샤인폰 동영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S/W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하고 파렴치한 사후서비스로 대기업의 신뢰를 져버렸다"고 비난했다.이어 "LG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리콜 및 환불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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