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건설관리협회 전세기 회장
[139호 경제] “우리나라 건설시스템은 잘못돼 있습니다. 정부가 은연중에 삼성, 현대 등 1군 ‘봐주기’식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썩 기분내키지 않습니다. 건설관련 협회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없애야 한다고 주장합니다.”건설사업관리회사(주)토펙엔지니어링 전세기 회장(65) 회장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국내건설업의 문제점을 하나 둘씩 쏟아내기 시작했다.전 회장은 1군 건설사 출신으로 그동안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30여년간을 누비며 잔뼈가 굵은 건설 전문가. 현재는 한국건설관리협회(옛 CM협회)회장직을 맡고 있다.전 회장이 국내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회장은 그동안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틈틈이 국내건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때에 따라선 잘못된 정부 정책에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때에 따라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전 회장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국내건설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이유는 단 하나. 건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의 건설정책이나 국내건설 환경이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국내 건설환경과 외국의 건설상황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건설환경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관리협회회장직과는 무관하게 건설사업관리를 하는 업체 회장을 맡고 있는 개인으로서 그를 만나봤다. Q : 건설관련 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건설관련 단체, 즉 협회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협회가 직장으로써의 협회라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 협회를 만들 때는 발기인들의 모임을 비롯해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협회라는 것이 뭐냐? 엄밀히 말해서 협회는 협회회원으로 있는 업체 오너들의 이해를 추구키 위한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관련 단체를 놓고 보자. CM협회는 CM의 이해를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업체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제대로 짚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협회 역사가 쌓이게 되면 ‘낙하산’이란 말이 나오게 된다. ‘낙하산’은 공무원과 관련돼 있다. 대개 건설관련단체는 건설교통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풍부한 인물이 오게 된다. 잘은 모르겠지만 다른 단체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정리하자면 협회는 ‘낙하산 공무원’에다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집행부의 직장에 불과하단 것이다. 당초 협회 설립목적이 희석된다는 것이다.말은 회원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지만 CM협회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게 아닌가 한다. CM협회의 경우 제도적으로 ‘힘’이 실려야 한다. 그러나 CM협회는 힘이 없다. 협회를 운영할 만한 경비충당도 쉽지 않다. 일부 몇몇 업체에서 수천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는 상황이 CM협회의 입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모 건설단체에서는 정치자금까지 대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인이 요구해서 자금을 끌어다 쓴 것인지는 몰라도 건설단체가 일부 정치인의 자금을 충당하는 단체가 되어서는 안된다.Q: 건설관련 단체 뿐 아니라 다른 일부단체도 ‘낙하산’이 오게 되면 힘이 생기게 되지 않겠는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또 현실이다. 낙하산이 협회로 오게 되면 힘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낙하산이 오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협회가 설립된 지 10년이상 20년정도는 지나야 낙하산이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CM협회는 이제 10년이다. 따라서 힘도 세지 못하다. 예를 들어 건설관련법개정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주택협회 등 역사가 긴 협회에서 개정안을 건설교통부 등 정부부처에 제출하면 어느 정도 먹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힘이 없는 협회가 건설관련법 개정을 요구했을 경우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문제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 정부가 힘이 약한 협회의 입장을 적극 수용했을 때이다. 다른 힘있는 단체에서 “작은 단체 요구는 들어주면서 우리입장은 왜 들어주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난감할 때가 적지 않다. 반대로 작은 단체의 입장을 정부에서 수용했을 경우 큰 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작은 단체의 말은 들어주면서 큰 단체의 입장은 왜 들어주지 않느냐는 말이 들렸을 때 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건설관련단체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Q:우리나라 건설시스템이 잘못돼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건설시스템이 잘못돼 있다는 것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건설환경이 좋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우리나라 건설을 축약해서 말하자면 엉망이다. 목수를 예를 들면 목수 가운데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못하는 사람도 있다. 노임단가도 1일 기준 15만원, 10만원, 8만원 등 목수마다 다르다. 이는 그 목수가 얼마만큼의 기술이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 대개 공사를 진행하면 발주처에서 해당기술을 가진 사람과 기술자보유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데, 발주처에서는 해당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목수가 진짜 목수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없다.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1급 기술을 가진 목수인지, 2급 기술을 가진 목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목수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는 무관하게 일당, 즉 노임은 같다. 기술자 등급별 노임을 적용하는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Q :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버겁다. 당장 느끼고 있는 문제로는 건설시장을 열고 최저가 낙찰제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단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 외국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페인트공의 경우 능력이 있다면 노임단가를 높이고 기술이 없으면 단가를 기술에 맞게 낮춰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능력이나 기술에 관계없이 같은 노임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선진외국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20~30년이 걸리더라도 선진외국시스템을 국내 건설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기술과 능력에 맞는 시스템이 적용되고, 결국 우리나라 건설환경이 발전할 수 있다.현재 우리나라 기술자관련 정책도 문제이다. 학력이나 경력위주로 급수를 부여하는 기술자 정책은 현실적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력과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이긴 하지만 중풍 등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과, 학·경력이 낮지만 현장적응이 빨라 공사를 수월하게 진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도 학·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우대받는다.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몸이 불편해 일을 못할 경우, 일부이긴 하지만 자격증을 대여하는 등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건설교통부에서 자격증 대여자를 색출해 내고 있지만 아직도 대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어떤 건설기술정책이 효율적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