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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서울교통공사(서울지하철 1~8호선 운영)에서 촉발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가 올해 국감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사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국감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특히 국내 최대 지방 공기업인 서울지하철은 채용비리로 1988년 국감의 부활을 화려하게 알린 장본인이다.국감은 72년 유신 개헌으로 폐지됐다 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신군부 독재가 무너지자 이듬해 부활했다. 16년만의 부활이었다. 당시 시대상황 상 국감의 화두는 신군부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울지하철공사(서울교통공사 전신)의 채용비리가 있었다.당시 국회 행정위(현재의 행안위) 국감에서 서울지하철공사는 ‘군사지하회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사장은 3성 장군 출신, 주요 간부들은 사장이 군 시절 데리고 있던 부하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그렇게 채워지는 과정은 정말 요지경이 따로 없었다. 82년 장군 출신 사장의 취임 이후 ‘서울지하철이 병영이 돼 간다’는 말이 돌 정도로 채용비리가 문제가 되자 상급기관인 서울시는 85년 공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무더기로 비리를 적발, 간부직원 수십 명에 대한 파면·해임·감봉 조치를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다음해인 86년 말 승진시험 조작극을 벌인다. 돈을 받고 시험 답안지를 바꿔치기해 부정합격 시키는가 하면, 보존해야할 시험서류를 소각해 증거까지 인멸했다. 특채로 기용된 군 장교 출신 인사과장과 사장을 과거 사단장으로 모셨던 참모 출신 총무부장이 벌인 일이었다.이렇게 해서 서울지하철공사는 임원 5명 중 2명, 부장 24명 중 11명, 과장 50명 중 14명이 군 간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여기에 일반직 전체 직원 710명 중에서 400여 명이 특채로 입사한 이들이었다.인사는 만사라고들 한다. 달리 말하면 모든 부정부패는 인사에서 비롯된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채용비리로 시작된 부패의 늪에 빠지고 만다. 전동차 고가 구입 의혹, 세림 아파트 폭리사건, 지하철 구내광고 및 자판기 영업권의 특혜임대 의혹 등 비리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국감장에서는 “지하철역 이름을 대학이름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8개 대학명 가운데 건대역을 제외한 7개 역명을 교체해 주는 조건으로 각 대학으로부터 3000만 원씩을 받았다”는 자백도 나왔다.이런 상식 밖의 일이 가능했던 것은 상부의 비호와 묵인 때문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독재정권하에서 권력층 인사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방대한 기관을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하고 상식에 벗어난 운영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지난해 5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으로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기 전 거대노조의 탄생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지하철 통합을 너무 서두른다는 비판이 서울시의회에서 분출했다. 그리고 불과 출범 1년여 만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물론 현재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은 아직 의혹 단계다. 과거 서울지하철공사의 비리처럼 국감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거친 것은 아니다. 부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로 드러난다면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