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물 김경준씨(41)가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김경준씨는 현지 시간 15일 오후 12시10분께 호송팀과 함께 아시아나 항공 0Z201편에 탑승했으며, 13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6시7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씨는 일반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호송팀은 공항 2층 8번 게이트에 포토라인을 설정하고 약 30초간 김씨를 언론에 공개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노타이 차림이었으며, 호송관 2명이 김씨를 양편에서 감싼 채 포토라인으로 인도했다. 김씨가 찬 수갑은 옅은 회색 수건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김씨는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기색을 비치기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으며, 간간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오후 6시53분께 다시 계류장으로 이동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호송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발했다. 한편 김씨가 나올것으로 예상됐던 입국장 A번 출구 앞에는 시민과 취재진, 공항 관계자들이 몰려 김씨의 귀국에 큰 관심을 보이며 북새통을 이뤘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는 대로 김씨를 상대로 주가조작과 횡령, 사문서 위조 등 체포 영장에 적시된 개인혐의부터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정치권, 김경준 귀국 대선파장 '촉각'
정치권은 16일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귀국함에 따라 검찰 수사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김경준씨의 송환과 관련 "검찰은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말고 오직 실체적 진실 규명에만 전념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은 김경준씨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지나치게 차단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검찰을 협박해서 진실을 호도하면 안 된다"며 "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대선을 왜곡할 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의혹 속에 남겨두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한나라당도 진실 규명에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경준씨는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 규명의 열쇠를 쥐었다"며 "김경준씨는 모든 진실을 당당히 밝혀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관련된 의혹을 한 점 남김없이 해소하는데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측도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장유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경준씨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의로 귀국하는 만큼, 검찰도 김경준-이명박 커넥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도록 '죽을 각오'로 수사하라"며 "그것만이 최근 삼성비자금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검찰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또 "만의 하나 검찰이 유력 후보의 눈치를 살핀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역시 "검찰의 수사 의지만 분명하다면 검찰을 지켜주겠다"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권영길 후보 선대위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과 부도덕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검찰은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수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양당(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태도는 정책은 실종되고 정략만 난무하는 대선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며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정치권은 삼성비자금과 관련한 특검 도입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과 관련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BBK 주가조작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도덕성 차원을 넘어 이명박 후보의 자격박탈로 직결될 중대한 범죄"라며 "검찰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결과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도 정말로 무관하다면 스스로 수사에 협조해 억울함을 푸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며 "한나라당이나 신당도 정치공방에 주력하지 말고 진상규명에 협조하라"고 말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검찰은 정치적 고려나 정략적 의도에 좌우되지 않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2차 민생투어 일정으로 충북 청원을 방문하는 도중 버스 안에서 "BBK 문제가 이렇게 대선에 큰 이슈로 된 이상 조속하게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캠프측 이혜연 대변인은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반해 "검찰이 김경준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엄정하게 가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서울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성공대장정-서울대회'에 참석해 "정통성 있는 유일한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이 시대 역사의 순리이며 이를 거역하면 역사의 순리를 거역하는 것"이라면서 "이 난관은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그들(범여권)이 넘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경준 사건은 법의 논리대로 하면 간단한 사건으로 고도의 지능범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벌인 사기 행각을 밝혀내면 되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까지 수사내용을 유출하는 의도하지 않은 정치공작의 희생물이 되지 않기를 아울러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2002년처럼 사기꾼의 입에 의존하는 수사가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자료에 입각해 사실을 엄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하루 속히 고도의 지능범인 김경준의 사기 행각이 속속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면서 "그 동안 김경준을 '제2의 김대업'으로 활용하려던 여권의 공작 또한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