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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예천군 사태로 대한민국 기초의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캐나다에 나간 군의원이라는 사람들이 가이드에게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달라고 요구하는가하면, 부의장이라는 사람은 버스 안에서 가이드를 일방적으로 폭행했다. 함께 있던 의장이니 의원이니 하는 사람들은 버스기사가 나선 뒤에야 폭행하는 동료를 말리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캐나다 출장부터가 기존 여행사 상품에 일부 공식 일정을 끼워 넣은 외유성이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재정자립도 최하위라는 소속 지자체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군의회가 자신들의 출장비를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지자체는 쪼들리는 살림에 힘겨워하는데 정작 그 사정을 보살펴야할 의원들은 작정하고 공금을 빼내 해외로 놀러나가 사고를 친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선량은커녕 국민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인사들이다.그런데 지방의회 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폭우가 쏟아졌을 때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은 지역의 수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연수를 떠났다. 심지어는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레밍떼’에 빗대 폄훼하는 적반하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가족이 근무하는 여행사와 해외연수 계약을 맺은 군의회 의원도 있었고, 해외연수 중에 유학 중인 자녀의 졸업식에 참석한 구의회 의원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어느 시의회 의원은 지방출장 중 사회복무요원에게 차 운전을 요구했고, 어느 군의회 의원은 군청 직원의 태도불량을 이유로 욕설을 하고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의전이 소홀하다며 훨씬 연상의 구의회 전문위원 정강이를 걷어찬 구의원도 있었다. 이밖에 비슷비슷한 사례들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난무하고 있다.사실 이런 일들은 상당부분 예견된 일이었다. 당장 이번 가이드 폭행 사건만 해도 그렇다. 폭행 당사자는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전 폭력 전과 2범인 상태였다고 한다. 지방선거 당시 각 정당 예비후보자의 40%가 전과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당시 경실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선거 예비후보자의 전과기록을 모두 모아보니 총 4753건에 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1362건이 음주운전·무면허운전이었고, 폭행·상해·추행 전과도 417건이나 됐다. 심지어는 사기‧절도‧공갈‧횡령‧간음‧협박 등 파렴치 범죄 전과도 234건에 달했다. 지난 지방선거는 시작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지방의회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초의회부터 시작해 층층이 지방의회를 두어야하는지는 의문이다. 지방의원들이 총선이나 대선에서 풀뿌리 조직 동원에 이용된다는 점, 사실상 지방의원들이 중앙정치인들의 하부조직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풀뿌리 민주주의보다는 중앙정치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런 의심이 드는 게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SNS상에서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