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파국 치닫는 한·일 갈등…역할 커진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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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파국 치닫는 한·일 갈등…역할 커진 금융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7.3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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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의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기업들을 상대로 금융지원을 업으로 하는 은행권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출 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은행권도 숨 죽인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은행들은 일본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중견·중소기업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금융지원 방안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가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은행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했는데 시장에서는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 강화 여부에 따라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향후 일본의 경제 보복 범위가 넓어지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면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금융 부실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에 따른 피해기업 현황을 점검했다. 피해가 본격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며 "일본의 보복 조치가 확산되면 2, 3차 벤더 등 중소 협력사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구체적인 지원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까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직접적인 피해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국내 은행들은 자금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은행채 또한 주로 미국, 유럽 등에서 발행해 일본의 금융 보복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큰 타격이 없는 게 사실이다. 국내 상장 주식, 상장 채권은 물론 여신시장에서 일본계 자금 의존도는 각 1% 안팎에 그친다.
다만 일본이 지금처럼 수출 규제를 통해 산업 분야를 정조준할 경우 대체재 수입 비용 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으로 타격이 확산될 수 있다. 나아가 실물경제 전반이 위축되면 금융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최근 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의 만기 연장, 금리 우대 혜택은 물론이고 긴급 운영 자금 편성 및 지점장 전결 권한 확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타격이 심화될 경우 기업대출시 지점장 전결 대출 한도를 늘려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까지도 검토중이다. 시중은행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과 적기에 맞는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최근 가장 분주한 정책금융 기관인 수출입은행의 은성수 행장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관련 26개 기업이 직접 피해를 받고 여기에 납품하는 부품·소재 업체는 직·간접적 피해를 같이 받는다"며 "자금 공급 등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필요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응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준비 중이다. 다음달 2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해 한국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3일 오전 금융위원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를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일본 정부에 의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돼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 직전이다. 일본이 보여주는 작금의 외교행태는 우리 경제에 대한 전쟁 선포로 보인다. 이럴때일수록 우리 실물경제의 근간을 책임지는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긴밀하고 공고한 협력체재가 중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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