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 홍수’ 시대…사용 안하면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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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 홍수’ 시대…사용 안하면 쓰레기다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9.10.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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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황병준 산업팀장.
매일일보 황병준 산업팀장.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최근 집을 정리하고 중 한 곳에 모아뒀던 휴대용 장바구니, 에코백 등을 발견했다. 어림잡아도 수십 개가 넘는 가방(?)들을 거의 다 재활용분리 수거함에 버렸다. 어느 마트에선가 비닐봉투를 대신한다고 받고, 환경을 위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구입하고, 또는 디자인이 이쁘다고 샀던 것들이지만 주인을 잘못 만나 쓰레기들로 전락한 것이다. 마트에 갈 때 휴대용 장바구니를 챙기지 못한 건 온전히 나의 잘못이다. 지난 8월 정부가 대형마트의 자율 포장대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는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포장테이프 등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장바구니 사용을 활성화하고 포장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탁상행정’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종이상자 사용시 이동의 편리성부터, 재활용되는 종이상자를 왜 규제하는 지 납득할 수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다량으로 구매하는 대형마트의 특성상 종이 상자를 사용하지 못하면 온라인을 통한 제품 구입이 늘어나 일회용 물품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러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시범 운영하려던 계획을 잠시 보류했다. 환경부의 이번 정책 추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법은 깊게 고민 했어야 했다. 마트에서 발생되는 종이박스는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박스는 마트 고객들의 편의성을 목적으로 제공된다. 새롭게 생산하거나,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고객에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박스를 사용하지 않고, 마트가 박스를 일괄적으로 수거하면 환경에 영향을 덜 줄까. 그것도 아니다. 분명 플라스틱 테이프나 끈 등은 친환경 소재 등으로 바꾸는 게 옳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집중 조명했어야 한다.
정부는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 휴대용 장바구니와 에코백 등을 이용하라고 권고하고만 있다. 마트 역시 장바구니를 대여하거나 판매에만 집중할 뿐 넘쳐나는 장바구니와 에코백 등이 가정에 몇 개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최근 대형 마트가 아니어도 이들 제품을 무상으로 나눠주거나 기념품으로 받는 것은 셀 수 조차 없다. 이른바 ‘에코백의 홍수’다.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환경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한 것을 추구한다. 필자처럼 빈손으로 갔다가 장바구니를 구입하는 오류를 지속적으로 범하는 고객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종이 박스’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계몽을 펼쳐야 한다. 종이박스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노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장바구니를 사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가져오는지 말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생각해 장바구니를 가져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휴대용 장바구니를 대형마트에서 판매 및 대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집에 넘쳐나는 장바구니를 가져오지 않으면 물건을 불편하게 가져갈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장바구니를 버리면서 잠깐 생각했다. 장바구니 사용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이다. 장바구니를 비닐 봉투처럼 사용하면 그것이 더 문제란 것을, 제품을 더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예의란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반성했다. 환경부는 이번 ‘종이박스 사태’와 관련해 조금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하면 정책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이번 ‘종이 박스 퇴출’ 사태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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