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본격화 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 정부도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의 수급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차량용 반도체 자급률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력과 반도체 기술력에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98%를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차량의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은 국내에 공급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주문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해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동맹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6일 열린 제8차 혁신성장 빅3(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 추진회의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대응하고자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품목을 발굴해 우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지속되면서 우리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의 생산 차질이 확대되고 수급 불안도 장기화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면서 “기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책에 이어 추가 과제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 사업화가 가능한 품목을 발굴(4~5월 중 사업공고)해 ‘소재·부품·장비’ 사업을 통해 우선 지원하고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협의체를 통해 수급안정 협력과제를 발굴하고 4월 중에는 중장기 차량용 반도체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예산 400억원 규모 소부장 양산성능평가지원사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사업의 단기간 자립을 위해 양산성능평가지원 사업 예산도 2022년부터 대폭 확대한다.
다만, 정부의 이러한 대책 발표에도 업계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국내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더라도 제품 상용화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재고에 여유가 있던 현대차도 울산1공장이 지난 7~14일 가동을 중단했고, 아산공장이 12~13일에 이어 19~20일 추가 휴업에 들어가는 등 생산차질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내년 예산 확대 등의 대책이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들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