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추석을 앞두고 이번 주부터 11조원 규모의 국민지원금이 시중에 풀린다. 코로나19 4차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지만 가뜩이나 상승세인 물가를 더욱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원금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물가 상승 영향은 지속적이다. 추석 동안 호주머니 사정이 잠시 좋아지지만 연말 이후 다시 궁색해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국민 약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되는 국민지원금은 6일 오전 9시부터 신청 접수에 들어간다. 신청인이 지급수단으로 신용·체크카드를 선택할 경우 신청 다음날부터 지급이 시작된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현금이 풀리는 것이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농축산물 가격이 상승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에 풀리는 11조원도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월 -0.3%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6월 0.0%, 7월 0.3%, 8월 0.7%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3%)에 처음 2%대로 올라선 뒤 8월까지 5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7월과 8월에는 연속으로 연중 최고치인 2.6%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 흐름에는 농축산물, 석유류 가격, 관리물가 등 여러 교란 요인이 작용해 이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판단해야 한다”며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작년 봄 코로나 충격으로 큰 폭 둔화됐다가 올해 3월 이후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기조적 물가 지표의 오름세 확대에 비춰 인플레이션 압력은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물가 압력이 커지면 추석 이후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인상은 시장의 유동성을 회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정반대로 내년 역대급 확장재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이 넘는 예산안(604조원)을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