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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빚을 내가며 막대한 재정지출을 지속해 온 미국 정부가 올 10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의회의 신속한 조치를 호소했다. 미국이 실제 디폴트에 빠질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심각한 사태를 맞게 된다.
CNBC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오는 10월에 현금과 가용 가능한 비상조치가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상환 의무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회가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늘리지 않을 경우 10월 디폴트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와 신용을 보호하기 위해 의회가 최대한 신속하게 행동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미국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의회에서 법률로 정한다. 미 의회는 지난 2019년 부채 한도를 22조300억 달러로 설정하고 여야 합의로 올해 7월31일까지 2년간 적용을 일시 유예한 바 있다. 이후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후속 입법을 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예산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갈등 때문이었다. 그 결과 8월1일부터 기존 부채 한도가 다시 적용됐고, 재무부는 연방 부채가 상한선을 넘은 상황에서 현금과 비상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해 한계상황에 이른 것이다. 현재 재무부의 부채는 28조5000억 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옐런 장관은 “부채 한도 조정이 늦춰질 경우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 지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 2011년 부채 상한선 조정과 관련해 여야 간 협상이 장기간 난항을 겪으면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부채 한도 협상이 지연되자 미 국가 신용등급을 70여년 만에 처음으로 AAA등급에서 AA+ 등급으로 하향 강등했고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