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외환보유액 197억달러 급감...경제안전판 '흔들'
한은 "보유액 충분한 수준"..."외환위기 표현은 부적절"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달러 곳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내다 팔면서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200억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세계 8위 규모로 여전히 충분한 수준인 만큼, 외환 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경제안전판'으로 불리는 외환보유액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8월 말(4364억3000만달러)보다 196억6000만달러나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은 3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을 달리다가 7월 반등했으나 8월과 9월 다시 두 달 연속 빠졌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외환보유액 감소 배경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달러화 평가 절상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달러 상승 폭 등을 고려할 때 환율 방어가 성공적이었나"라는 질문에 "우리가 특정 환율을 타깃(목표)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외환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있는 경우, 시장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외환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4364억달러)으로 세계 8위 수준이었다. 중국이 3조54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921억달러)과 스위스(9491억달러), 러시아(5657억달러), 인도(5604억달러), 대만(545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6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한은은 통상적으로 월별 외환보유액 통계를 발표하면서 별도 언론 브리핑(설명회)을 하지 않지만, 이번 9월 통계의 경우 이례적으로 담당 국장 등이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외환위기'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적극적으로 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오 국장은 "저희(한국은행) 생각으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며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9위에서 8위로 올랐고,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 뿐 아니라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서 국내총생산(GDP)의 37%에 이르는 대외자산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국장은 "외환위기 당시(2008년 3월∼11월) 외환보유액이 월평균 70억∼80억달러씩 감소했는데, 최근(2021년 10월∼2022년 9월) 감소 폭은 월평균 47억7000만달러로 외환위기 당시보다 작다"며 "외환위기라는 표현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묘사하는데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