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대비 앞서 나간 주식시장..."이달엔 쉬어갈 가능성"
증권가 "코스피 하단 2400P"...美 금리 인상폭 최대변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셀 인 메이(Sell in May)’. 미국 월가의 격언 중 하나다. 통상 5월 증시가 부진한 경향을 보여 '매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이같은 월가의 격언이 드러맞는 분위기다.
5월 국내 증시를 바라본 주요 증권사들은 조정기간이 당분간 지속될 거로 내다봤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에 코스피지수는 2501.53으로 마감해 3월 말 종가(2476.86) 대비 1% 상승했다.
코스피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완화 등으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반까지 상승 추세를 이어갔지만 중순 이후부터 열기가 식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은행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고 2차전지주 과열 논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등이 겹치면서 재차 불안감이 높은 투자 환경에 놓였다.
증권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거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5월 코스피 예상 밴드로 2400~2600선을 제시했다. 증시에 변동성 유발 요인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는 만큼 박스권 장세를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지수의 레벨업을 위해서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기업 실적 관련 수치 등을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삼성증권도 5월 코스피 하단을 2050선으로 추정했다. 다만 불확실성과 ‘셀 인 메이’ 속설을 고려하더라도 2400대에서의 하방 지지력은 공고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코스피 2500선 이하 구간에서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더라도 투매보다는 보유, 관망보단 전략적 매수 대응의 숨 고르기가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NH투자증권도 체질 대비 앞서 나간 주식시장이 5월에는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셀 인 메이’의 통계적 불안감과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 간 동상이몽도 증시 조정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NH투자증권 역시 코스피 조정이 나타날 경우 2400선 이하는 매수 영역으로 판단했다.
교보증권은 5월 증시가 경기 침체 공포와의 힘겨루기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2~3분기 투자 전략으로 ‘조정 시 투자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현재 주식시장을 침체시킨 공포는 이미 투자자들에게 익숙하고 그동안 경제도 침체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이러한 타이밍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5월 국내 증시 관전 포인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될 전망이다. 국내 수출 지표, 미국의 ISM 등 주요 경제 지표도 공개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거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오는 2~3일 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Fed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5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9.1%에 달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25bp(1bp=0.01%포인트) 인상 여부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놓을 향후 경제 전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물가 전망·미국 은행권 리스크 등에 대해 어떻게 언급하는지에 따라 주식시장의 단기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통화 긴축 기조가 올해 내에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Fed 입장에선 시장에 과도한 기대감이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 기준 금리가 소비자물자지수(CPI)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에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투자 전략 측면에선 반도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종에 대한 확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수 조정 시 반도체 업종의 비중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업종 로테이션 전략이 여전히 중요한 시점이며 5월에는 반도체, 자동차, 방산, 음식료 업종을 중심으로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SG증권 대량 매도 사태로 불거진 수급 이슈는 이번 주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장의 관심은 주요 기업의 실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장주의 실적은 이미 발표됐찌만 개별 업종의 지수는 발표를 기다리는 실적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일부 종목으로 인한 수급 교란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