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기고 | 미국 시장에서의 현대차와 기아차의 선전은 대단하다. 이미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친환경차 판매가 두드러졌다. 앞으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가 확산되면 현대차·기아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초부터 미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양사 차량을 훔치는 행위가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도난이 많다는 것은 현대차·기아 차량의 상품성이 좋아 높은 중고가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차량 도난 사건이 이어지는 동안 현지에서는 범죄자에게 잘못을 묻기보다 쉽게 훔칠 수 있는 기아차의 잠금장치를 문제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소비자들이 제작사에 집단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 주정부도 기아를 제소했다. 미국 17개주 검찰총장은 현대차아 기아의 잠금장치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공동성명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 현대차그룹은 결국 최근 3000억원을 들여 잠금장치 문제를 해소하기로 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핸들 잠금장치 배부 등을 실시하고 있다. 3개월 전에는 한국에서도 일부 언론, 시민단체가 현대차·기아 잠금장치 문제를 지적했다. 정말 현대차·기아 차량의 잠금장치가 문제가 큰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국내외 어떠한 차종도 그냥 도어가 열리지 않지만 정비 목적으로 시도하면 얼마든 열 수 있다. 미국 차량 도난 사건의 문제는 잠금장치가 아니라 범법행위다. 큰 범죄행위인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조항이 필요하고 청소년에게 위법성을 교육해야 한다. 최근 기고문을 통해 도둑보다 집주인에게 임을 묻는 현상을 비판한 현지 언론인이 겨우 등장한 실정이다. 미국이 오히려 도둑을 변호하는 것은 황당하다. 현대차와 기아가 현지 기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괘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차량 도난 사건을 두고 현대차·기아를 탓하고 있는 미국은 무엇을 하고 있나. 미국은 에어백을 고가 제품으로 장착하도록 의무화하고 여러 안전장치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차의 잠금장치에 대한 규제는 다른 장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모빌라이저(e-mobilizer) 이상 수준의 잠금장치를 의무화했다면 도난 사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도 이번 사건을 기회로 앞으로 더욱 잠금장치를 개선한 신차를 보급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물론 한국이 문제 상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제기해야 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