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에 시장 양극화 심화
내 집 마련 '헛꿈' 지적도
내 집 마련 '헛꿈' 지적도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무순위 청약(줍줍)'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완화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기 수요까지 유입되며 수십만건의 청약통장이 몰리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정책 목표와 달리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위축시키고, 청약 시장 쏠림을 자극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6월 서울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 총 75가구 모집에 94만1041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됐다. 평균 청약경쟁률 1만2547대 1이라는 기록적인 수치가 나온 것이다. 십수만명이 몰려간 '흑석자이(2가구)' 빼고 봐도 평균 경쟁률은 86대 1로 높았다. 6월 전국 일반공급 1순위 청약 경쟁률(12대 1)의 배수 수준이었다. 시장 과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 과열의 이유를 규제 완화에서 찾았다. 실수요뿐 아니라 가수요도 청약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8일 주택공급에 관한 일부개정령안을 공포·시행했다. 그간 무순위 청약에 적용됐던 거주지 요건 및 보유주택 수 제한 등을 완화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뿐 아니라 타지역 유주택자 및 다주택자들도 무순위 청약 접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금 부자가 청약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며,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정책 취지가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 여력을 갖춘 큰손들이 서울 집을 주워 담을 수 있게 되면서,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시장 쏠림 현상도 주목된다. 정부는 당초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를 풀었지만, 너도나도 서울 및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경향이 강화됐다. 반면 지방 시장의 기상도는 '먹구름' 상태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지적인 과열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규제 완화 및 시장 양극화 속에서 이같은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시장 연착륙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을 해야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며 "규제를 하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쉽겠지만 전체적인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의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