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관련 기업 내년 영업익 전망치 연초 대비 절반
증권가, 2차전지 주가 '상저하고'...금리·정책 불확실성 변수 고려
증권가, 2차전지 주가 '상저하고'...금리·정책 불확실성 변수 고려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내년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실적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다만 미국의 금리 기조와 정책 변수 등의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며 이차전지 관련주는 ‘상저하고’의 추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2차전지 관련 주요 기업 8개사의 내년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16조원대로 추산했다. 올해 초 19조2931억원으로 예상했지만 당시 대비 15.2% 낮아졌다. 8개사는 양극재 및 음극재 관련 3개사(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셀 관련 3개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분리막 관련 1개사(SK아이이테크놀로지), 리튬 관련 1개사(에코프로) 등이다. 추정치가 연초 대비 가장 크게 줄어든 기업은 에코프로로 기존 1조1441억원에서 5005억원으로 내려왔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2529억원→1110억원), 에코프로비엠(8661억원→4882억원), 포스코퓨처엠(6552억원→3922억원)도 각각 40% 이상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는 내년 2차전지 실적 둔화의 원인으로 전기차 수요 감소를 꼽았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4년 2차전지, 상저하고 전망’ 보고서를 내고 “자동차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유로7’ 도입이 연기되는 등 관련 규제들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점을 고려할 때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전기차 수요에 대한) 눈높이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기차 판매 전망치 하향 조정 시기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로7’은 유럽연합(EU)이 오는 2025년 7월 시행을 목표로 논의 중인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다.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지난 9월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현재 시행 중인 ‘유로 6’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채택했던 바 있다. 당초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가 발의한 초안은 유로 7 도입 시 질소산화물(NOx)을 포함한 오염 물질 배출량을 유로 6 대비 더 줄이도록 규정했지만, 27개국이 이를 거부했다. 미국 대선 관련 변수도 불확실성을 높일 전망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당 업종 보고서에서 “녹록지 않은 환경에 2차전지에 대한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면서 “그 배경 중 하나로 내년 하반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산 축소와 같은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주가가 올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점까지 고려하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도도 낮아진 상태”라며 “단기 트레이딩 전략은 유효하나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면 비중을 축소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 불확실성이 걷히며 이차전지주가 ‘상저하고’의 모습을 띌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수 연구원은 정책 변수와 관련해 “설령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더라도 ‘러스트 벨트’(미국 쇠락한 공업지대·rust belt)에 집중된 IRA 정책 수혜 등을 감안하면 트럼프 정책이 국내 2차전지 투자 포인트를 완전히 훼손할 만큼 (현재 정책과 다르게) 구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올해 연말과 내년 연초 배터리 업종의 주가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내년 1분기 실적발표 기간이 지나고 전기차 판매량 전망치와 정책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주가 반등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내년 미국이 통화 완화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된 상황에서 금리 정책 변수의 예측 가능성이 올라간 점도 이차전지 관련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차전지 관련 주요 기업 8개사의 내년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총 16조3690억원으로 전망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 예상치(10조3922억원) 대비 57.5%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