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난해 국내 상장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뒷걸음질 쳤다. 당초 정부와 증권가가 점쳤던 '상저하고' 전망도 무색해졌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5곳 중 3곳 이상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고, 아직 집계가 안된 4분기 실적도 줄줄이 하향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시한 상장사 247곳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297조9728억원으로 전년(356조2112억원) 대비 16% 낮았다.
또한 지난해 초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400조5103억원)과 비교하면 25% 적은 수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초 반도체 업종이 빠르게 턴어라운드(실적 개선)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턴어라운드 시점이 지연되면서 상장사 실적 추정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을 29조199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시장 눈높이는 7조3590억원으로 74% 낮아졌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손실 전망치는 8조3556억원으로 작년 초 전망치(영업손실 2조4307억원)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차전지 주요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전망 대비 3%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POSCO홀딩스(-30%)와 LG화학(-32%), 삼성SDI(-27%) 등은 작년 초 전망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현대차(53%)와 기아(56%) 등 자동차 종목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초 전망보다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시한 상장사 235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468조8158억원으로,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294조9천114억원)보다 58%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나정환 연구원은 "올해는 메모리 가격 자체가 상승하는 상황이라 작년보다는 실적 추정치에 대한 신뢰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 자동차 업종은 지난해 자동차 판매가 워낙 호조를 보였기 때문에 피크아웃(정점 이후 둔화) 우려가 있어 실적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