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매일일보 | 어릴 적 학력고사를 마친 후 친구 박기호(현 목사), 최진기(현 오마이스쿨 대표 강사)와 함께 술을 마시고, 대학로 마르니에 공원에 갔다. 진기가 한 여학생과 시비가 붙었는데, 갑자기 여러 명이 몰려들었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기호에게 진기를 빨리 대피시키라고 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나는 그 여학생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여 수많은 구경꾼들이 보는 상황에서 친구 대신 남자 일진들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고 따귀를 맞는 모멸감을 느꼈다.
2006년 광역 단체장 선거 캠프에서 사이버팀장으로 3개월 일했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결정적인 위기도 수차례 방어하고 상대 사이버 캠프를 무력화시키는 등 나름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선거 승리 후 차려진 인수위원회에 인수위원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발생했다. 논공행상을 앞두고 어제의 동지들이 순식간에 적으로 변했고, 나를 집단적으로 왕따 시켰다.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말도 안 걸고 식사도 자기들끼리만 하는 치사한 행위를 했다. 도저히 못 참고 사표를 던졌지만 차명진 총괄본부장은 이를 반려했고, 경기관광공사 비상임 한류 이사라는 꿀보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돈보다는 명예를 위해 꿀보직을 마다하고 한양대학교 연구교수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만 22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검찰청, 법무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검사였다. '조선 제일검',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며 승승장구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 되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의 황태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4번 좌천당하고 2번 압수수색당하며 사적 동선을 CCTV로 사찰당하고 후배 검사로부터 독직 폭행을 당했다. 그와 가족 그리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통신 사찰을 당했다. 그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해서도 그에 대한 조리돌림은 끝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모욕감을 주었다. 시정잡배도 안 쓰는 수준 이하의 막말과 허위 사실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기 내내 공격했다. 유튜브에는 이와 관련한 동영상들의 총 조회수가 수억 뷰에 달한다. 지난 6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90도로 정중하게 인사한 한동훈 위원장을 그냥 지나쳤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긷갤)'에서 '한동훈 패싱'을 한 김 여사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긷갤에서 한 위원장은 드라마의 '남주(남자 주인공)'와 같은 존재인데 '한동훈줌(한동훈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2012년 대구 고교생 자살 7시간 전 '눈물의 엘리베이터' 동영상을 보고 나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왕따와 학교 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눈물을 흘리던 김모(16)군의 모습에 우리 모두 공분을 느끼고 슬퍼했다. 그가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절절한지 모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타인과의 연결과 소속감을 강하게 추구한다. 집단 따돌림은 이러한 기본적인 욕구를 거부하며, 피해자는 사회적 고립과 소외감을 경험한다. 이는 자존감을 저하시키고, 우울증, 불안 장애, 심지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왕따, 따돌림, 언어 폭력, 모욕과 같은 행위들은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심각한 피해를 입히며, 때로는 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는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특히, 뇌의 전측 대상회 피질(ACC)과 같은 영역은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거부 또는 배제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적 고통이 뇌에 물리적 고통과 유사한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온갖 핍박을 받는 한동훈 위원장은 보통사람과는 달랐다. 세 번째 좌천된 지 3개월이 지난 2021년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세상에 억울한 사람들이 참 많은데, 저는 지금까지 운이 좋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살았다"며 "저처럼 사회에서 혜택을 받고 살아온 사람이 억울하다고 징징대면 구차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자신을 공격했던 수준 낮은 야당 의원들과 직접 만나면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악수를 한다. 심지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여당 대표에게 결례를 범한 김정숙 여사에 대해 "(김 여사가) 저를 모르셨을 수도 있다"며 "다음에는 제가 좀 더 잘 인사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복식호흡 덕분에 평생을 괴롭혔던 폭력, 왕따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완벽하게 극복했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했다. 내 인생은 복식호흡을 시작하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한동훈 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공적 영역, 특히 정치에서 필요한 덕목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것, 그 일을 잘 설명하는 것, 나라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부패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는 '선민후사(先民後私)' 즉, 먼저 동료 시민을 생각하고 그다음에 개인적 이익을 고려하는 태도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말은 셰익스피어의 언어만큼이나 아름답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100% 일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