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기고 | 웃음은 복잡한 인간의 감정 반응 중 하나로, 예측 불가능성, 놀라움, 그리고 상황의 전환 같은 요소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만드는 웃음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1일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벌인 '예상치 못한 권력투쟁'은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주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는 말은 만고 불변의 진리이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에 맞선 한동훈 위원장의 담대하고 쿨한 행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한동훈 위원장의 삶 자체가 '예상치 못함'이다. 부잣집 도련님에 잘생기고 키도 큰 모범생이 가난한 학급 문제아들과도 잘 어울렸다. 부잣집 모범생을 편애하는 교실 최고 권력자 선생님에게 결연히 문제를 제기하는 '예상치 못한' 학생이었다.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는데도, 청춘의 피가 끓는 사춘기 소년은 그 누구와도 사귀지 않고 음악과 독서를 벗삼았다. 그의 군생활도 일반 대중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다. 군법무관시절 그는 직속상관을 뇌물 수수죄로 구속시켰다. '조선제일검'으로 불린 한동훈 검사의 '예상치 못한 활약들'은 나열하기조차 힘든 정도이다. 최연소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뒤 그가 보인 행보는 모두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파격적이었다. 정치인 한동훈은 더욱 '예상치 못했다'. 정치인 경험이 전무한 한동훈 위원장이 험난한 집권당 대표 역할을 잘하리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현재,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전국 순회 일정으로 강남 8학군 이미지를 벗고 '팔도 사나이'로 거듭났다. 다시 시계추를 지난 21일로 돌려보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21년간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끈끈한 '사선을 넘어선 전우이자 동지'적 관계였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사퇴 요구를 들은 한동훈 위원장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디시인사이드 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긷갤, 한동훈 팬클럽)에 한 한동훈줌(팬)이 "(한동훈 위원장이) 진흙탕에서 뒹굴어야 하고 비바람도 맞아야 하고 때로는 상처 입어 피도 흘리게 될 것이다"라고 애절한 마음을 적었다.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충청남도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점검했다. 갈등설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윤 대통령이 백기 투항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눈발 속에서 패장(敗將) 대통령에게 ’90도 인사’로 최고의 예의를 표했다. 눈발이 날리는 화재 현장에서의 화해 장면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과도 같이 아름다웠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