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17만6258개 폐업… 5곳 중 1개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경기 안성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P씨(36)는 지난 2월부터 점심 시간 장사를 포기하고, 오후 5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오전에는 태권도장 등하교 학원차를 운전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됐음에도 점심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아서, 창업 대출금과 월세를 갚기 위해 ‘투잡’을 하게됐다. 아예 가게를 정리하고 저녁·심야 학원차까지 운전하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폐업하는데도 돈이 든다는 말에 지금 같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P씨는 “20대부터 장사만 해 온 내가 지금 나이에 어디에 취업하겠나. 지금 문을 닫아도 아마 다시 창업을 고민하게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골목상권의 힘이 빠지며 외식업체 폐업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재기와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모아진다. 28일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6258개, 폐업률은 21.52%에 달한다. 지난해 식당 5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았단 의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 침체 절정기였던 2020년(9만6530개)과 대비해도 약 82.6% 급증한 수치다. 재작년 폐업률은 16.95%였는데, 엔데믹이 선언된 지난해는 이보다 4.57%포인트 상승했다. 2020~2022년 평균치 15.03%에 비해선 6%포인트 이상 높다. 엔데믹 이후에 오히려 폐업률이 높아진 주요 원인은 소비심리 하락이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4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해 5개월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를 버텨낸 자영업자들은 엔데믹 이후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빚더미에 앉아있던 업주들은 고금리를 버티지 못해 폐업을 선택하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의정갈등에서 비롯된 의료공백으로 대형병원 주변 상권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의사들은 물론, 환자 및 보호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일부 식당은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고객이 급감했다고 토로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에 대출 이자 지원과 저금리 대환대출 등을 시행했다. 코로나19 여파를 맞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직접대출 만기를 내년 9월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또 폐업 업주에겐 사업정리 컨설팅, 점포철거지원, 법률자문, 채무조정 등을 지원하고, 재취업 및 재창업 교육을 지원하는 ‘희망리턴패키지’도 제공 중이다. 다만 애초에 폐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일식집 업주 P씨는 “업주를 죽이는 건 고금리·고물가 뿐만이 아니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과 불균형한 노동법, 블랙 컨슈머 등이 폐업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을’의 입장에서 일방적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서비스 업종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