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청원(이하 청원)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4·10 총선이 끝난 지 불과 석 달여 만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동의자 수 89만9847명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윤 대통령의 탄핵 청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데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이 트리거가 됐다. 앞서 김 전 의원장은 지난달 27일 공개된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9시 53분 기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는 대기 인원이 2만234명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28분 11초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접속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4·10 총선으로 정부·여당이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은 지 이날로 84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탄핵안 발의 청원 시작부터 계산하면 두 달여 만이다. 청원자가 탄핵 사유로 제시한 사유를 보면 윤 대통령이 그간 얼마나 '불통'으로 일관했는지 알 수 있다. 청원자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논란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주가조작·양평고속도로 의혹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일제 강제동원 피해 친일 해법 강행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방조 5가지를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이중 다수는 여론조사 등에서 윤 대통령 실정으로 꼽혔던 내용들이다. '정권 심판' 민심은 지난 총선에서 야권의 손을 들어주며 윤 대통령에게 '옐로카드'를 던졌다. 다만 탄핵 저지선만큼은 지켜주며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줬다.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결국 변하지 않은 대통령의 '불통'에 국민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탄핵 청원이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사건에서 느껴야 하는 건 '민심이 천심'이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의 마음이 곧 하늘과 같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 운영에 나서야 한다. 사안의 심각성을 무시한 채 탄핵 가능성만을 계산하며 당장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면 더 큰 들불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