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성장률 2.5%로 낮춰..."이달이라도 기준금리 내려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경기침체 공포의 여진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과 연구기관 등은 한은도 내수 회복 모멘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조기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 추세가 이어져 조기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0.50% 인하(빅컷) 전망이 확산함에 따라 한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폭이 변화할지 주목된다.
다만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은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한은은 정부의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과 시장 영향 등을 지켜보며 시차를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진 것은 고용지표 악화, 빅테크 기업의 '어닝쇼크', 일본 '앤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 자금 유출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신규 일자리 증가폭은 11만4000명으로 직전 12개월 평균인 21만5000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기존 전망을 수정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최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 증시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 시장에 한해 조정돼 과거와는 상이한 이례적 상황"이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 등은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값 상승과 함께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한은이 통화정책 조기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8% 상승해 19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7383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1660억원이 증가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한 위원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한 이후 한은이 집값과 가계부채 상황 등을 분석해 10월이나 11월쯤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전망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해도 금통위는 국내 금융시장 동향에 더 포커스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