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예술공간 수애뇨339에서 김잔디 황지윤 2인전 <꽃, 꽃을 만나다>를 9월 5일에 개최한다.
가을의 문턱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절정의 순간에 흐드러지게 핀 원색의 꽃이 아닌, 저물기 전, 또는, 가을의 풍성함과 깊이를 담은 꽃들을 두 작가만의 고유한 기법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잔디 작가는 도달할 수 없는 장소를 탐색하며 낡거나 버려진 건물들, 그 사이로 자라난 잡목을 포착하여 시간의 흐름과 함께 느껴지는 적막과 슬픔의 정취를 회화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가을꽃의 모습에도 봄의 움트는 순간이 지나가고, 여름에 서로 뒤엉키며 자라나던 시절도 지나가, 이제는 어딘가 한 풀 꺾인 꽃의 애가가 깃들어 있다.
작품 속 오동나무는 재개발로 버려진 집터에서 잡초처럼 자라고 있지만, 하늘로 뻗은 수려한 가지와 큼지막하게 열린 열매들로 여전히 싱그러움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곧 찬 바람이 불면 그 큰 잎들은 오그라들 것을 짐작하게 만든다. 작가는 캔버스마다 한 종류의 꽃을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해 그동안 식물이 저마다 겪은 계절의 기운을 오롯이 표현했다.
김잔디(Jandi Kim)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과 학사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런던 첼시 예술 및 디자인 대학의 회화과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서울시청 하늘광장갤러리, 스페이스 엄, KSD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수애뇨339, 갤러리 아우라, GYM Project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 고양창작, 모하창작스튜디오, 스페이스 캔에서 입주작가로 참여했다.
황지윤 작가의 풍경은 사실적 묘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작업 당시 작가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을 표현하고 싶었다. 꽃은 강력한 생명력으로 봉오리를 맺고 자라나 탐스럽게 피어나거나 열매를 맺고는 낙화한다. 그리고 사라진다. 이 과정이 계절의 변화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는 봄과 여름을 꽃의 생명과 열정으로, 가을과 겨울은 낭만과 치유, 안식으로 해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을꽃에 집중해 한여름의 무더위에 지쳐 색이 바래 탈색되고 녹아버린 꽃이 덩어리로 흐드러지게 낙화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봄과 여름꽃이 아름다움의 절정을 개별적인 형태로 보여줄 수 있다면, 가을꽃은 힘을 잃어 각각의 오뚝한 형체가 무너지고 무더기를 이루어 떨어지는 모습이 커다란 물줄기처럼 느껴진다.
이는 한밤에 작업실 창 너머로 바라본 공원의 꽃 무더기가 작가에게는 물처럼, 세례를 받는 성수처럼 느껴진 것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작품 속 낙화는 꽃의 시들어감,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이나 절망보다는 다음 해에는 더 강한 꽃무리를 맞이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황지윤(Hwang Jiyoon)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전문사를 졸업했다. 서울정부청사갤러리, 한전아트센터, 미술기획연구소, 환원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수애뇨339, 갤러리시선, 아트플로우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OCI미술관, 강동리사이클아트센터 스튜디오, 미술원창작지원공간 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로 참여했다.
전시개요
전시제목: <꽃, 꽃을 만나다>
전시기간: 2024년 9월 5일–10월 9일 (11:00~18:00, 추석연휴: 16-17일, 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