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춘만 기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계열사로부터 사진작품 선급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챙긴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여기에 유 전 회장이 계열사와 신도들에게 고가에 강매한 사진을 포함하면 사진작품을 통해서 조성한 비자금만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청해진해운 계열사인 천해지가 지난해 선급금 명목으로 지출한 199억원이 유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검찰은 2005년 7월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던 선급금 명목의 돈이 지난해 급증한 데 주목하고 거래내역을 살펴보고 있다.검찰은 실제 계약이나 거래 없이 돈만 오고간 허위·가공거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유 전 회장의 사진판매 업무는 지난해 11월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에서 천해지로 넘어갔다.
천해지가 인수한 자산 159억7천만원 가운데 현금을 비롯한 유동자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대신 사진 등 유 전 회장의 작품들로 추정되는 '상품'을 126억원 어치 떠안았다.
검찰은 조선업체인 천해지가 사업영역과 관련 없는 사진판매 부문을 갑자기 인수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분할합병 과정이 적절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천해지는 사업다각화·경영합리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연매출 1천억원대로 계열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천해지로 비자금 조성 통로를 바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2011년 설립된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는 그동안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으나 자산은 대부분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이어서 자금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최대주주인 건강식품 판매회사 ㈜다판다가 2012년 지분 20억원어치와 3억원 상당 작품을 매입하는 등 계열사 자금이 수시로 투입됐다.검찰은 천해지의 사업인수·선급금 지출과 별개로 유 전 회장이 장당 최고 수천만원을 받고 사진작품을 계열사 등에 팔아 200억원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사진작품 판매와 천해지의 문화사업 부문 합병 과정에서 사진작품의 가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고 보고 유 전 회장의 지시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아울러 검찰은 이날 유 전 회장 소유의 페이퍼컴퍼니‘붉은머리오목눈이’의 대구 지역 사무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유 전 회장 차남 혁기(42)씨 소유 페이퍼컴퍼니‘키솔루션’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유 전 회장 일가가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페이퍼컴퍼니는 유 전 회장의 붉은머리오목눈이, 장남 대균씨의 SLPLUS 차남 혁기씨의 키솔루션 등 3곳이며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년간 30여개의 계열사들로부터 컨설팅 비용이나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200억여원 이상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또한 검찰은 국세청·관세청 등과 함께 유 전 회장 일가의 외화 밀반출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아해(Ahae)'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2011년부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박물관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었지만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그의 작품이 거래된 내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관계자는“주요 계열사 실무급 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아직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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