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유가족 보상요구 VS 롯데, 모든 요구 수용 어려워
[매일일보=성승제 기자]롯데마트의 무분별한 할인점 개점이 결국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아사 가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롯데마트 건립반대 집회 도중 온몸에 시너지를 붓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상인 이모(65)씨가 끝내 숨졌다.
사고 직후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지난 9일 오전 3시께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에 유가족과 `항도청과㈜ 중도매인 피해 비상대책위원회'는 빈소를 병원과 롯데마트 신축공사 현장에 각각 차리고 롯데마트가 요구사항에 합의할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합의사항을 요구하기로 했다.
비대위측은 △할인점 진·출입로 변경△유가족에 대한 충분한 보상 △할인점에 청과물 납품보장 등을 롯데마트에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롯데마트측에서 보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분신했던 동료가 숨진 만큼 유가족 충분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측은 “협의사항을 맞춰가는 과정에 이런 일들이 생겨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세울 수 없는 상태”라며 “실질적으로 상인들의 모든 요구는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조속한 시일 내로 부산 상인 대표와 대화를 통해 상호간의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계 막막 분신
당시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 씨는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 장사가 잘 안 돼 생계가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해 분신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날 개최된 집회도 롯데마트 엄궁점 예정지 인근에 항도청과시장과 엄궁시장 상인 150여명이 대형할인점 개장으로 인한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고자 열린 것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했고 규모는 1만3천134㎡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오는 6월 완공예정이다.
하지만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엄궁시장과 항도청과시장 상인들은 롯데마트 개장을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롯데마트와 엄궁시장 상우회는 착공 이전 협상을 통해 지역 상인들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5억5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상우회의 결정을 수긍하지 못한 상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롯데마트 건설을 반대했다.
1998년부터 할인점 시장에 뛰어든 롯데마트는 현재 43개점이 운영 중이며 올해부터는 매년 두자릿수 이상 출점을 통해 2010년까지 100개 점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3조2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롯데마트는 2008년까지 8조원의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이처럼 롯데가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형할인점 개점을 밀어붙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자금회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경우 장치산업이라서 초기 투자자본이 많이 소요되는데다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어 채산성이 불확실한 반면 유통은 자금회수가 용이하다.
그러나 유통산업은 지역의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가 지역 재래시장 시설 개선 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상업지역에 수 만평 규모로 건축하는 대기업의 유통점 진출에는 아무런 대항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역 상인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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