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적 터부를 거부하는 작품, 콘돔 소재를 화폭에 담아내는 젊은 실험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지난 시절, '산아제한'이라는 무지막지한 용어를 구호로 내걸고 방방곡곡을 누비며 보건관련 공무원들이 피임기구를 홍보하던 시절이 있었다.시골 아낙들은 괜스리 부끄러워 고개 숙였고 남정네들은 먼 산보며 헛기침 하던 어제 같은 옛날. 지금은 동네 편의점에서 쉽게 손에 쥐는 피임기구 '콘돔'. 상상을 하자면 질펀한 '버라이어티' 이겠으나 숨 돌려 살펴 보면 이만한 폭력도 없겠다 싶은 '콘돔'을 오브제로 화폭에 담아낸 젊은 여성작가가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 스페이스>1층에서 오는 9월19일 까지 작품전을 열고있다.이귀란 <순수 쾌락과 자기애>.
이승과 저승, 생사(生死存亡)를 가름짓는 얇은 고무막 하나, '오브제'라고 부르기 민망할 라텍스 소재에서 유아기 원초적 자성애를 작품으로 끌어낸 젊은 작가의 용기에 공감해보자.아직도 음습한 편견이 남아 존재하는 21세기에 작가의 성찰과 관점이 귀하다 싶어 전시장을 둘러보자는 작은 뜻.작품들은 13,000개 라텍스를 1년에 걸쳐 붙이고 바르며 안료를 녹이고 촛농(파라핀)을 넣어 우레탄으로 발라내는 작업을 통해 완성했다.작가가 살려낸 화폭은 기억조차 없는 성애의 시원(始原) 그리고 순진 무구(無垢)할 태초(太初).숨은 뜻은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 유려하게 살려냈다.<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1층/9월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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