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규명 보단 사고 덮기에만 ‘급급’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덩치 값을 못하고 잦은 은폐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일명 ‘폭발사고’에 대한 대처가 사고 덮기에만 급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냉장고에 이어 올해 휴대폰까지 잇단 폭발사고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데, 그때마다 원인규명보단 사건을 무마시키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일일보>은 최근 일어났던 삼성전자의 폭발사고와 그에 대한 삼성의 대처 방법을 취재해봤다.
핸드폰 사용자 “500만원이라는 돈 건네기 전, 진심어린 사과 먼저 했어야”
냉장고 사용자 “국과수 냉장고 전달되기 전, 삼성전자측 용역기사가 보관”
가장 최근에 알려진 폭발사고를 보자. 삼성전자는 지난 5월13일 폭발사고가 일어난 직후, 핸드폰 사용자에게 500만원이라는 돈을 주면서 언론에 알리지 말 것 등을 협상안으로 제시(5월17일)했다고 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핸드폰을 수거해가고, 외부발화에 의한 폭발이라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분석보고서(6월1일)가 나오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모(28)씨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해명한대로 핸드폰 폭발이 내부결함이 아닌 외부 발화에 의한 사고였다면, 협상을 하기 전에 먼저 보고서를 전해주는 등 확실한 원인규명을 한 뒤에 했어야할 행동”이라며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500만원이라는 돈을 건넬 정도로 사고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면, 진심어린 사과를 먼저 했어야 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대대적 리콜조치해도 사과는 ‘쏙’?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국내와 해외에서 일어난 지펠 냉장고 폭발 사고로 대대적인 리콜조치를 해준바 있다. 그러나 공지 사항에는 고객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있지만, 잘못에 대한 시인이나 사과는 없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격노로 국내에서 사건이 발생한지 20일 만에 리콜을 결정했음에도 불구, 글로벌 차원의 이슈에는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국내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으나 정중한 사과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와 외신 등이 고발자로 나서자 뒤늦게 이슈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리콜로 대응했지만 따가운 비판이 한 차례 훑고 지난 뒤였다. 이후 파열된 냉장고 조사결과 사고는 냉장고 냉매파이프 서리를 제거하는 히터 연결단자의 누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최진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지난 2005년 3월에서 2006년 6월 한국에서 생산한 지펠 냉장고 40만대를 대상으로 전세계적인 긴급 리콜에 들어갔다.
리콜 기간은 지난 2009년 10월29일부터 201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이 사고로 삼성은 국내외적으로 ‘품질경영’에 흠집이 가는 불명예를 안았다.
폭발 처리반 김 차장, 협상의 달인?
그런데 최근 또 다시 삼성전자의 냉장고 폭발이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 6월23일로 삼성전자가 리콜을 시작한 지 8개월만의 일이다.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아파트 화재의 현장에는 삼성전자의 지펠 냉장고가 있었다. 화재 당사자의 남편 A씨는 화재원인 규명을 위해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센터(A/S)에 연락을 했고 삼성 관계자는 곧바로 달려왔다. 그러나 지난 6월24일 사고 현장을 둘러본 삼성전자 관계자는 “피해자 및 동아파트 소유주에게 ‘근래에 사람들이 자주 언론플레이를 하는 데 언론플레이는 하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앞서 휴대폰 폭발사고자인 이씨에게 500만원을 주며 언론에 알리지 말 것 등을 협의했던 김모 차장과 동일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화재원인을 삼성전자의 파열된 냉장고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국과수의 감식결과(7월)가 나오기 이전의 일이다. 삼성은 이 사건에서도 원인규명보단 사건을 무마시키는 데에만 치중했던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더구나 A씨는 국과수에 조사대상물이 전달되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국과수의 결과를 신뢰하지만, 삼성전자의 냉장고 수거 및 전달방식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증거물 보존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리절차였다고 주장했다.때문에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원인규명이 되기도 전에 덩치에 안 맞게 사고 덮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먼저 사고 사실을 알리고 원인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기업으로써 삼성이 나아가야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