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학교폭력, 집중단속 기간에 학생 사망 사고
학교폭력 양상이 날이 갈수록 조직화ㆍ집단화ㆍ흉포화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중학생이 낀 10대들이 역시 중학생을 야산으로 끌고 가 폭행한 귀 구덩이에 머리만 내놓게 한 채 파묻는 비행을 저질렀다. 영화 속의 조직폭력배 흉내를 냈다고 하는데 섬뜩한 일이다. 지난달 11일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거짓 신고는 한 초등학생이 자신을 괴롭히는 급우에게 보복하기 위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3년 전 교육당국과 경찰당국이 대대적인 학교폭력 근절캠페인을 벌여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캠페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발이 다했고 때문에 요즘 학교 폭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쿨폴리스 제도를 도입하다고 했건만 이런저런 반대에 부닥쳐서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올해는 신변위협을 당할 경우 민간 경호업체에 전화요청을 하면 무료로 경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폭력이 학교 안에서도 자행되고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기간에 학생 한명이 집단폭행으로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단원구 관내 모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모(17)군 등 3명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20분께 안산시 단원구 와동 길거리에서 관내 중학교 3학년인 B모(16)군을 집단폭행했다.이날 A군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던 B군은 갑자기 쓰러졌으며 신고를 받고 현장에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B군은 숨을 멈춘 상태였다.학교폭력은 단지 폭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약점을 잡아 집단으로 성폭행을 가하거나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중학생 C양(16)은 지난해 8월 친구 소개로 만난 또래 고교생 D군(16)으로부터 성관계를 요구받은 뒤 이를 거부했다가 ‘악몽 같은’ 7개월을 보내야만 했다.‘채팅 내용을 폭로하겠다’는 D군의 말에 가슴이 내려앉은 C양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D군의 손에 이끌려 인근 초등학교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맺었다.이후 C양은 D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D군 뿐만아니라 D군의 친구 2~5명과 학교 화장실, D군의 집, 빈 건물 등에서 성관계를 맺어야만 했다.남학생들에게 C양은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도구로 악용됐고 C양은 이후 7개월 남짓 고교생 19명과 중학생 6명 등 25명에 달하는 남학생들의 성폭력에 11차례나 고충을 당해야만 했다.목포지역 중학생 E양(15)은 지난달 2일 입학식 후 ‘이간질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이른바 ‘학교 짱’으로 통하는 남녀 중학생 12명으로부터 각목 세례를 당해 씻을 수 없는 심적ㆍ육체적 상처를 입었다. E양은 집단 폭행을 당한 후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 등에 시달리다 전학을 준비 중이다.학교를사랑하는모임 고진광 상임공동대표는 “지금까지의 학생생활지도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전시 위주의 형식적인 겉핧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대안은 더욱 강력한 비행학생 계도 및 징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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