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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6일 정부가 일자리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추경안에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청년 일자리라면 대학 졸업 후 취업 정도가 전부였던 세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요새는 창업센터나 창업강좌 하나 없는 대학을 찾기 힘들다고 하니 세상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절로 실감하게 된다. 정부의 정책도 이런 추세를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다.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정부의 창업지원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된다.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창업지원정책은 기존에도 많이 있다. 창업의 문제는 초기창업이 문제가 아니라 창업지원이 끝나고 나서 기업이 유지가 될 거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데 초기지원 중심으로 세팅을 하는 건 시장논리대로 얘기하면 과밀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정책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그는 또 “보통 창업 초기에는 저임금으로 소수가 일을 한다”며 “양적인 창출을 늘려야 할 필요는 느끼지만 창업을 통해서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일자리 정책의 범주에서 창업을 왜 지원하는 건지 진짜 모르겠다”는 것이다. 즉 “창업정책은 산업정책이며 일자리 대책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창업지원정책은 일자리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제쳐두고라도 초기창업 지원 중심의 정책은 시장의 과밀경쟁을 유도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실제 필자가 만나 본 청년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상당수의 청년창업이 게임이나 앱 또는 이들을 활용한 IT관련 아이템이 주류를 이루면서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것이다.게다가 이를 정부나 지자체가 조장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청년창업가들은 지적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도자 액세서리 아이템으로 창업한 한 여대생은 “정부 지원사업에 응모했는데 IT 관련 아이템이 아니라서 무시를 당했다. 어느 면접장에서 한 면접관으로부터 솔직한 충고의 말을 들은 게 기억난다. 그 면접관은 ‘예술 관련 아이템으로 지원을 받기 어렵다. 탈락 대상 1순위’라고 하더라”고 했다.청년 창업가들은 정책의 입안부터 시행까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말도 했다. 그들은 필자에게 ‘창업 보릿고개’라는 말을 아느냐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짜는 관성대로 1년 단위로 창업지원사업을 벌이다보니 매년 봄이 오기 전 공백기가 발생해 ‘고난의 시기’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들답게 서류 위주의 심사로 지원대상자를 선정하다보니 서류만 그럴싸하게 작성해 지원금을 타내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는 이런 시류에 영합해 창업제안서를 컨설팅하는 업체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청년창업 현장이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쏟아 붓는 돈은 혈세의 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추경안이라면 그에 걸맞게 공무원들부터 ‘특단의 자세 변화’가 있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