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막내딸 유미씨 후계구도서 변수로 등장할수도”
롯데 “신 회장 개인적 의중일 뿐, 자세한 이유 알 수 없어”
[매일일보닷컴]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새 얼굴이 등장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롯데 안팎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외부에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신격호 회장의 20대 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롯데는 신 회장의 막내딸 유미씨가 그룹 계열사인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주식 35만주를 인수해 9.31%의 지분을 보유,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식품을 공급하는 회사. 유미씨는 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 계열사 코리아세븐의 주식 20만주를 신규 취득해 1.26%의 지분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의 큰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 역시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주식 25만주를 추가로 취득해 기존에 갖고 있던 10만주를 합쳐 지분이 9.31%가 돼 유미씨와 함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유미씨와 신 부사장의 이번 지분 취득이 재산 분배 차원의 주식 이동이라는 시각과, 한 발 더 나아가 후계구도와 연관 지어 분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롯데는 신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이 후계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었지만 유미씨의 등장과 신 부사장 지분 배분으로 인해 향후 롯데의 승계 구도에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회장님의 개인적인 의중이 있는 것이라 짐작할 뿐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신유미씨의 그룹 계열사 주식 취득에 대한 롯데 홍보실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 미쓰이 물산이 보유하던 두 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유미씨와 신 부사장이 이를 취득한 것에 불과하다”며 배경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분 취득이 재산 분배의 일환이라거나, 또는 유미씨의 경영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처럼 롯데 측에서는 여전히 오너 일가의 사생활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꺼리고 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신 회장의 막내딸 유미씨의 등장과 관련해 이런 저런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미씨의 등장이 향후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롯데는 이미 신 회장의 큰 아들 신동주 부사장이 일본 롯데를 맡고 둘째 아들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 롯데를 이어받는 식으로 오너 일가의 후계 구도를 잠정, 확정해놓고 있다. 큰 딸 신영자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너무 홀대를 받는 것 아니냐며 그의 분가와 관련된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롯데 측의 강한 부인으로 이런 추측은 한 풀 수그러들었다. 어쨌든 신 회장의 ‘1녀 2남’에 대해서는 승계 구도와 관련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고, 이에 따른 지분 정리까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유미씨의 등장으로 갑작스런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롯데 오너 일가에서 유미씨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도, 알려져서도 안 되는 베일 속에 감춰진 존재였다. 법적으로는 엄연히 신 회장의 딸로 올라가 있지만 내부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재산 분배나 후계구도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 있던 유미씨가 최근 그룹 계열사 지분 취득을 통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이목이 쏠려있는 것이다.신 회장 사랑받은 서씨 모녀, 재산분배 소외됐던 이유
사실 유미씨가 오너 일가에서 홀대를 받아왔던 데에는 그의 출생에서부터 기인한다. 유미씨는 신 회장과 1970년대 ‘미스 롯데’로 이름을 날렸던 서미경씨 사이의 딸이다. 롯데는 70년대 말에서 80년대까지 롯데제과의 모델을 뽑는 행사를 개최했는데, 그 첫 회 수상자가 당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아이돌 스타 서미경씨였다. 이후 영화와 TV드라마, 광고모델 등으로 주가를 올리던 서씨는 80년대 초 유학을 떠난다며 갑자기 모습을 감춰 숱한 궁금증을 낳았는데 몇 년이 지난 후 그는 자신을 미스 롯데에 뽑아준 신 회장의 ‘여인’이 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겨줬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한창 젊음과 아름다움을 뽐내던 당대의 톱스타가 무려 35살의 차이가 나는 재벌 회장과 염문을 뿌렸다는 것 자체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어 서씨가 신 회장과의 사이에서 딸 유미씨를 낳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서씨 모녀 소유 유원실업, 롯데그룹 지원 사격 받아왔나
줄곧 잠잠하던 서씨 모녀 일가가 세인의 관심 속에 재등장한 것은 ‘유원실업’이라는 회사를 통해서다. 2002년 7월 설립된 유원실업은 롯데계열사인 롯데시네마 사업부의 서울, 경기수도권 지역 극장 내 매점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해 운영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 이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바로 서씨 모녀로 지분의 60%를 서씨가 소유하고 있고, 유미씨가 나머지 지분인 40%를 보유하고 있다. 방배동에 있는 유원실업의 사옥 또한 서씨 개인 소유로, 대지 152평의 이 건물은 그가 지난 2003년 12월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 모녀의 알짜배기 회사는 유원실업 외에 또 있다. 유원실업의 방배동 사옥과 나란히 붙은 건물에 유기개발이라는 회사가 바로 그것. 지난 8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11개의 음식점을 내고 있다. 자본금 3억 5000만 원에 종업원 400명으로 한식(유경) 패스트푸드(롯데리아) 향리(우동전문점) 커피숍(마가레트, 다줄) 등을 운영해 한해 200억 원의 매출(2003년 기준)을 올리고 있다. 이 역시 롯데와 독점적인 계약이다. 서씨는 이 회사에 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그와 딸 유미씨가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 내부의 매점사업을 유원실업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 행위를 했는지 가려달라며 지난 4월 공정위에 조사요청을 한 바 있다. 또 유원실업이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의 계열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기도 해 이 문제가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태다.롯데 측에서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두 회사가 서씨 모녀에 대한 신 회장의 재산 분배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신영자 부사장, 여전히 후계구도 가시권에 머물러
이런 상황에서 유미씨가 최근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하자 신 회장의 두 아들과 큰 딸 외에도 서씨 모녀에게 계열사의 지분을 분배해 재산의 일부를 넘겨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유미씨의 경우, 법적으로도 신 회장의 자식인만큼 재산 분배를 넘어 그룹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신동주 부사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각각 일본과 한국 롯데를 맡는다는 큰 틀은 유지되겠지만, 이번 주식 취득을 계기로 향후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 배분과정에서 유미씨에게도 다른 형제들과 동등한 원칙이 적용될 것이고 이것이 후계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과연 신 회장이 서씨와 막내딸에 대한 ‘배려’, ‘보상’ 으로 계열사 지분 일부를 나눠준 것에서 그칠지, 더 나아가 유미씨가 그룹 후계구도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한편 신영자 부사장 또한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신 부사장은 롯데의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오늘날 유통업계 최강자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자, 신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지분 분배 과정에서 동생들에 비해 소외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 부사장과 두 남동생들 간 갈등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신 부사장이 취득한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주식 양이 많지는 않아도 유미씨와 함께 신 부사장 또한 여전히 후계구도의 가시권 안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