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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고대 지중해 세계의 ‘세익스피어’ 메난드로스가 처음 사용한 이 문장은 본래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의 순간’을 의미한 게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마주한 채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치면서 오늘날의 의미가 됐다. 카이사르는 강 건너 칼은 든 정적들에게 죽느냐 아니면 무장한 채 강을 건너 로마에 대한 반역죄를 감수하느냐의 선택에서 후자를 택했다.인생을 한 판의 도박으로 보면, 주사위야말로 인생을 건 결단을 상징하기에 제격이다. 카이사르의 문장 선택은 탁월했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 공화정을 끝장낸 이후 2000년 동안 문명세계에서 ‘던져진 주사위’는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 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의미하게 됐다.단순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는 우리네 인생이 어떻게 결정되고 흘러가는 지를 보여준다. 일단 주사위가 허공에 뜨게 되면 우연에 맡겨야 하는 것처럼, 선택 이후 상황은 우리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다. 이런 저런 우연들의 겹쳐서 행운을 부를 수도 있고, 처참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보통 행운을 기대하며 주사위를 던지지만 반드시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불운을 두려워 해 주사위 던지기를 주저해야 할까?두민 작가는 이런 고민을 자신의 작품에 감각적으로 담았다. 그의 작품에는 허공에서 떨어져 행운과 불운이 갈리는 그 순간이 담겨 있다. 작가는 실제 주사위를 던져 이를 디지털 카메라로 순간포착을 하고, 보정작업을 거쳐 역동적인 장면으로 만들어냈다. 주사위를 던지는 것 자체는 던지는 주체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작품 속 이미지는 우연의 효과에서 나왔다. 행운과 불운이 갈리는 순간 환호나 탄식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환호의 순간을 떠올리며 주사위를 던진다. 거기에 행운을 향한 욕망이 자리한다. 역동적이며 자극적인 화면은 그 욕망이 잘 담겨있다.작가는 “나의 작품 속 이미지는 분명 카지노에 등장하는 게임의 일부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현대인이 지닌 삶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부로 주사위를 던지지 마라”고 경고한다. 운명의 주사위를 들고 있는 주체는 행운과 불운을 운에 맡겨야 하는 존재이지만, 그 던지는 행위 자체는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