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빚 때문에 살인청부 의뢰하고 공금 25억 횡령하고…막가파식 범행 줄이어
경기 불황 속 사행심리 못 이겨 결국 ‘중독’…남은 건 빚뿐
절도∙강도∙살인음모 등 범행수법은 달라도 동기는 ‘빚 청산’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경제불황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때면 으레 생활고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이때 사행심리를 노린 도박도 성행해 이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한 범죄도 눈에 띄게 증가한다. 도박으로 ‘인생역전’을 하게 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지만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대박의 꿈을 안고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끌어 모아 투자(?)한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뿐이고, 거액의 빚을 진만큼 이를 위한 범행은 수위와 액수부터 남다르다. 그 사건들을 <매일일보>이 취재했다.
자재 횡령하다 들통 나자 사장살해 의뢰
도박빚을 갚기 위해 회사 물품을 빼돌리다 발각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사 사장을 살해하려던 한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9일 수억 원 상당의 회사 자재를 훔치고 지인을 끌어들여 사장을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혐의(특가법상 절도·살인예비음모)로 모 철강유통업체 영업부장 김모(37)씨를 구속했다.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직원들에게 사장 지시라고 속인 뒤 사장이 없는 틈을 이용해 올해 1월부터 7차례에 걸쳐 약 4억4000만원어치의 철강자재를 빼냈다. 점차 대담하게 물건을 빼돌리던 김 씨의 행각은 물건이 줄어드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사장의 의심을 샀고 결국 올 8월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범행이 들통 나자 김씨는 사장을 살해하고 자신이 회사운영권을 장악해 사장으로 취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사장을 서울 근교의 톨게이트로 유인해 차안에서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등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단독 범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김모(36)씨 등 3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여름휴가를 떠난 사이에 사장을 살해하면 회사지분을 처분해 10억원을 주겠다고 살인청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들에게 선수금조로 5억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다행히 범행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첩보를 입수해 재빨리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김 씨가 인터넷 도박, 잦은 유흥업소 출입, 주식 투자 실패 등으로 5000만 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되자 물건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강원도청 공무원, 인터넷 도박 때문에 25억 횡령
강원도청 산하 감자종자진흥원 공금 25억 횡령 사건의 전모도 밝혀졌다. 범행목적은 인터넷 도박으로 인한 빚 때문이었다.도박빚에 얽힌 크고 작은 사건 잇따라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1년도 안 돼 도박 빚과 생활비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전과 8범의 60대 할머니가 또 다시 쇠고랑을 차게 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22일 주인 몰래 귀금속을 훔친 후 이를 다시 수도권 일대 금은방에 팔아 온 김모씨(68)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2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모 귀금속 상점에서 주인과 가격 흥정을 벌이는 척하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300만원 상당의 순금 팔찌 1개를 훔쳐 경기지역 모 귀금속 상점에 150만원을 받고 되판 혐의다.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일정한 주거 없이 주로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으며 또래 노인들과 고스톱을 치다 생긴 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9월 같은 수법으로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복역하다 지난 3월 출소했으며, 동종전과 8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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