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트랜스젠더를 최고 대우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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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트랜스젠더를 최고 대우로 모십니다”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3.13 20: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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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달린 남자’, 그녀(?)들이 일본행 비행기를 탄 까닭은

트랜스젠더 등 30여명 원정 성매매 덜미…“성전환 수술비 모으려고”
알선업자도 성매매 필드 출신 게이…에이즈 걸린 후 강제 성추행도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엔고(円高) 바람을 타고 트랜스젠더와 쉬메일(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성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진짜’ 여자가 되기 위한 성전환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 현지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에 나서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이 성소수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불고 있는 엔고현상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을 하면 수술비용을 더 빨리 모을 수 있다’는 꿈에 부푼 트랜스젠더들이 자발적으로 원정 성매매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본으로 떠난 동성애자 및 트랜스젠더들은 회당 1만5천~2만엔(한화 23~31만원) 정도의 화대를 받고 현지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의 몸으로, 혹은 절반만 여자인 채로 여자 속옷을 입고 화장하는 남자들. 소위 사회 내 ‘왕따’인 그들이 성매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까닭을 취재했다.

▲ 지난 2005년 11월 19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14회 게이 프라이드 행진 도중 아르헨티나의 한 트랜스젠더 무용수가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일본에서 이반생활 즐기면서 돈도 벌 게이, 트랜스젠더 분들 구합니다. 해외생활이 처음이라고 망설이지 말고 일단 부딪쳐보세요. 이미 일본으로 가계신 한국 분들도 많고, 한국에서 버는 것보다 훨씬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일본 남성들과 놀고 즐기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동성애자 등을 모집해 일본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지난 9일 국내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를 일본으로 송출해 성매매를 시키고 수수료 명목으로 5억여 원을 받아 챙긴 알선업자 박모(49)씨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수금책 임모(45)씨 등 일당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의 소개를 받고 일본에서 현지 남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한 트랜스젠더 이모(27)씨 등 성매매자 1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알선총책 박씨는 일본 3대 야쿠자 조직 중 하나인 ‘아니가와카이’와 연계해 그들이 관리∙보호하는 요코하마 소재 성매매거리에서 트랜스젠더 이씨 등이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성매매에 가담한 동성애자 등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매달 8만엔(한화 124만원)을 갈취해 야쿠자에게 상납해왔다. 경찰조사결과 검거된 성매매자들은 성전환수술 비용을 벌 목적으로 원정 성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알선총책과 수금책 역시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이상 ‘남자’인 채로 살기 싫어”

풍만한 가슴과 긴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22세의 쉬메일 A씨. 하지만 서류상으로 그는 명백한 ‘남자’다. 어릴 적부터 늘 자신을 ‘남자로 잘못 태어난 여자’라는 생각을 갖고 살던 A씨는 가슴확대수술을 받았지만 우리사회에서 반여성∙반남성인 그가 설 곳은 없었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완전한 여자의 모습을 갖고 싶어도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성소수자’ 처지에서 거액의 비용을 필요로 하는 성전환 수술은 막연한 ‘꿈’일 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씨의 눈에 바로 알선총책 박씨가 성소수자 인터넷커뮤니티 ‘이반○○’에 올려놓은 구인광고가 들어왔다. 일본에서 조금만 고생하면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게 경찰에서 밝힌 A씨의 고백. 물론 일본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A씨는 지난 2007년 1월 일본 요코하마로 출국, 최근까지 현지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벌여왔다.쉬메일의 경우만 일본 성매매를 떠난 게 아니었다. 경찰조사결과 177㎝의 늘씬한 몸매에 여자보다 더 예쁜 외모를 갖고 있던 트랜스젠더 B(27)씨 역시 일본행을 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체구조까지 완벽한 여성으로 탈바꿈한 B씨가 원정 성매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한국사회에서 B씨와 같은 트랜스젠더가 자리 잡고 일할 곳은 트랜스젠더 클럽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나이가 들면 받아주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이 같은 까닭에 B씨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일본에서 짧고 굵게, 많은 돈을 벌려던 심산이었다는 것.하지만 원정 성매매를 통해 목돈을 마련하려던 이들 성매매자들의 꿈은 알선업자 박씨의 계략 탓에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日 야쿠자 비호 아래 성매매…매달 보호비 상납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게이 및 트랜스젠더 30여명에게 원정 성매매를 알선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1천만원~1천5백만원 상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던 성매매 지원자들은 박씨가 소개한 일본 내 사채업자 황모(42∙여)씨에게 연 120%이상의 고리대로 돈을 빌려 알선료를 지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이들 성매매자들은 고리의 일수를 찍기 위해 매일 매일을 고군분투했다는 후문이다.  또 박씨는 성매매자들이 현지 언어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6만~8만엔이면 구할 수 있는 월세방을 10만엔으로 속여 웃돈을 챙겼으며, 매달 야쿠자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8만엔씩을 갈취했다. 뿐만 아니라 매달 한화 15만원 상당의 계를 하자고 부추긴 후 모아진 돈을 독식하고,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바이러스를 보균한 상태로 이들 중 일부 동성애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 트랜스젠더들은 박씨에게 반항하기는 커녕 반기를 들 경우 일본 원정 성매매 길이 완전히 막혀 버릴까봐 박씨의 말을 거스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경찰관계자는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죄 값을 치른 후 또 다시 일본 등으로 출국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죄 값을 치르고 나면 정부는 이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고 제한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반들이 우리사회에서 안정적으로 경제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이 닦여지고,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의 원정성매매와 같은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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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2010-03-18 1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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