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언제까지 '펀더멘탈' 운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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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언제까지 '펀더멘탈' 운운할 건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8.2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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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튼튼하다." 경제 뉴스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말이다. 아마도 현 정부의 단골 브리핑 멘트이자, 이쯤되면 유행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질때마다 이 말만 연신 되풀이 중이다.
시장의 과도한 불안심리를 자제시키기 위한 의중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엄중한 위기의식이 전제된 말인지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2%대 경제성장률'은 이제 풍전등화다. 되려 1%대 성장이 지척에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한 외신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2.0%였지만, 그 중 11개 기관이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칠 경우를 가정한다면, 과거 오일쇼크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처음 겪는 일이 된다.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는 물론이고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외 악재도 리스크들이다. 이 와중에 내수 경기 회복마저 지연된다면, 우리 경제는 훨씬 빠른 속도로 1%대 저성장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지난 30년간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장기불황에 빠진 뒤 겨우 1%대 성장에 그치고 있는 일본이 걷고 있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셈이다. 나라 살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상반기 정부 통합재정수지는 38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59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적자 규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장기 재정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재정을 마치 화수분처럼 여긴다"는 정부 반대편의 지적에도 일관되게 재정 확대 운용을 추진했다면 이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야 하지만, 이마저도 깜깜하다. 일자리를 늘리는데 수십조원을 투입했는데도, 2분기 소득 양극화는 통계청 집계 후 최악으로 치닫았고, 안정세를 보였던 가계부채도 2분기에만 16조원이나 불어났다. 금융시장은 폭풍전야다. 우리의 달러환율은 1200원 선이 돌파됐고, 주가는 일시적으로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 2탄으로 9월부터 부분적으로 관세 인상이 단행되고, 한일 간에는 화이트리스트 추가 수출제한 조치가 예상된다.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도 메가톤급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홍콩사태는 자본이탈의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 나열된 악재들이 현실화 되면 경제위기의 단초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 다시 '펀더멘탈'만 강조한다. 시계를 돌려보자. 1998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펀더멘탈은 탄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온 국민을 시름과 고통으로 몰아간 적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국의 펀더멘탈은 최강이었으나 미국발 폭풍에 속수무책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상황 속에서도 이 말만 앞세웠다. 그동안 일관되게 밀어붙였던 경제정책 기조가 일부 '오판'이 있었다면, 이를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에 더 이상 매몰될 때가 아니다. 내수경기 부양과 대외 악재를 버텨내려면 검증 안된 기초체력이 아닌 '진짜체력'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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