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건설경기 침체로 연일 하락세를 나타낸 레미콘 시장이 서울시의 재건축 활성화 카드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단지 중심 개발 의지를 밝히면서, 레미콘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출하량 감소된 만큼, 반등의 기회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연임을 가정한 임기 5년 안에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 정상화를 통해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종 건설‧부동산 규제로 침체된 민간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재건축 안전진단의 경우 국토교통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의 소관이다.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는 레미콘 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 전반적인 출하량 감소가 발생했기 때문에 반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1억5572㎥, 2019년 1억4715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적인 지난해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는 전년보다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레미콘 시장의 기대 수요로 분류된 주택 인허가 건수는 최근 5년치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지난해 주택 인허가 건수는 45만7514가구로, 전년(48만7975건) 대비 6.2% 줄었다. 직전 5년 평균(63만7389가구)와 비교할 경우 28.2%나 감소한 수치다. 이중 서울 인허가 물량은 같은 기간 6.6%, 30.3%씩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정부의 다양한 규제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어든 바 있다”며 “콘크리트 수요와 직결되는 건설 현장의 감소세는 악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운송기사(지입차주) 인건비와 원재료(시멘트) 가격 인상이 동시에 이뤄져 중소업체들은 폐업기로에 내몰렸다”고 덧붙였다.
인건비 인상은 지난 2019년 부산‧울산‧경남 지역부터 발생했다. 당시 지입차주들은 15~20% 가량 운송비 인상을 주장했다. 출하량 감소에 따른 타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건비까지 올려줘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당시 지역 업체들은 현장 콘크리트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지입차주 측에 백기투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 인상도 뇌관이다. 지난해 한라시멘트를 비롯한 일부 시멘트업체들은 레미콘업체에 가격인상 공문을 발송했다. 레미콘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반발했지만, 최근 설비 보수에 따른 시멘트 공급량 감소로 결국 인상된 가격에 구매하는 모양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업계 1위 경쟁을 펼치는 유진기업과 삼표산업도 유동적인 대응이 가능한 상황임에 불구하고 시장 전반적인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유진기업의 작년 매출액은 7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삼표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6534억원으로 전년보다 8.6% 줄었다. 레미콘은 출하 이후 1시간 30분 이내에 현장 배송을 마쳐야 하는 특성상 지역 중소업체가 다수 포진했다. 이들의 경우 유동적인 대응이 어려워 폐업을 직면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주택 인허가 확대와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발표 등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반등 포인트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며 “출하량이 늘어날 경우 증가한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충격을 완화할 뿐 아니라 지역 중소업체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