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13일 새벽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완전히 무산됐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쇼크’만을 남긴 허망한 결론이다.
문재인 정부 초반 경제정책의 근간이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근로자의 실질적인 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키우면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방안은 근로장려세제(EITC)를 비롯해 다양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내내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곧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에 의지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사실상 임금주도성장 정책이나 다름없다. 임금을 올리면 내수가 살아나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로 흐른 셈이다. 하지만 2018년도 16.4%, 2019년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으로 인해 고용시장에 쇼크가 발생했다. 특히 취약계층인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을(乙) 대 을(乙)의 대결’이라는 사회갈등을 낳았다. 한국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부른 부작용이었다.
이에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로 급격히 떨어졌고, 올해는 역대 최저 수준인 1.5%까지 떨어졌다. 이와 비교하면 내년도 인상률 5.1%는 하락세에서 반등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고용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83%가 종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치명적인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고, 대한상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를 심화시키고 고용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버거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이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은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과 다름없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