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웅현 기자] 소방청이 지난해 4월 ‘명예 소방관 및 소방홍보대사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한 후 충남에서 대한민국 첫 ‘명예 119 구조견’이 탄생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6일 오후 홍성 역재방죽공원 의견(犬)상 앞에서 반려견 ‘백구(견령 4세)’를 전국 1호 명예 119 구조견으로 임명했다.
이번에 대한민국 첫 명예 119 구조견으로 임명된 ‘백구’는 치매 환자인 90세 할머니가 길을 잃어 논둑에 쓰러졌을 때 곁을 떠나지 않고 하루가 넘도록 생명을 구하고 구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지난 8월 24일 홍성군 서부면에서 저녁 11시를 마지막으로 어머니인 김 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농장의 CCTV로 마을 밖으로 벗어나는 김 씨의 모습을 확인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수색에 나섰으나 이틀째 미궁에 빠졌다.
26일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은 도 소방본부는 홍성소방서와 서부면 남녀 의용소방대 대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수색에 나섰고, 합동 수색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인 이날 오후 3시 30분경 경찰의 열화상 탐지용 드론 화면에 작은 생체 신호가 포착됐다.
이를 확인한 결과, 벼가 무성히 자란 논 가장자리 물속에 쓰러져있던 김 씨 곁을 지키던 백구의 높은 체온이었으며, 발견 당시 저체온증을 호소해 119구급대로 긴급이송된 김 씨의 건강은 현재 회복된 상태다.
이날 양승조 지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백구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모두를 감동케 했다”라며 “백구가 보여준 것은 주인에 대한 충심이고 사랑을 넘어서 인간의 효(孝)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견주 심금순 씨는 “유기견이었던 백구가 3년 전 큰 개에게 물렸을 때 도움을 주었던 것이 첫 인연이 되었다”며 “유독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고맙고 가족처럼 더 잘해 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역재방죽공원에 의견(犬) 상이 세워진 유래로는 주변에 불이 난 줄 모르고 깊게 잠든 주인이 일어나지 않자 언덕 아래 연못으로 달려가 풍덩 빠졌다가 주인이 잠든 곳 주변을 데굴데굴 뒹굴며 털에 묻은 물로 주변 잔디를 적시던 개는 결국 주인을 구하고 숨을 거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후 개 주인은 죽은 개를 연못 가운데 작은 섬 양지에 고이 묻어주고 해마다 개의 넋을 위로했으며, 그 뒤로 사람들은 연못 가운데에 있는 섬을 ‘개섬’이라 부르고 연못은 ‘개방죽’이라 불렀다. 후에 인근에 기차역이 생기며 ‘역개방죽’으로 불렀다가 지금은 역 주변에 있는 연못이라는 의미로 ‘역재방죽’이라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