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법치'로 포장한 관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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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법치'로 포장한 관치금융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1.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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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지주)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외이사가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사외이사 임기도 과도하게 겹치지 않게 함으로써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립성 제고에도 노력해야 한다."  지난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모아 이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금융지주 회장 인사와 관련해 무언의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금감원장의 이 말은 "알아서 당국 지시를 따르라"는 공개적 ‘경고’나 다름없었다.
금융위원회까지 합세했다. 최근 금융위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을 인정했다. 당시 은행장이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결정했다. 공교롭다. 시점도 마뜩찮다. 1년 7개월여간 멈춰있던 손 회장에 대한 제재안이 결정이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점이 그렇다. 금융권에서도 금융위의 결정을 다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위기다.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갈수록 더 짙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 선임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며 관치 논란을 야기, 시장의 빈축을 사는 분위기다. 금감원장의 경고성 메시지와 금융위의 징계 절차의 이면엔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할 정도로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가 후진적이었다는 판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CEO 선임에 있어 친정부적인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 크다. "법치로 포장한 관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우리은행 펀드사태 제재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를 한 것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면서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금융감독원장은 물론 검사 출신 일색인 현 정부의 기조에 우려를 보낸다.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 금융권 CEO도 바뀌면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거나 모피아 등 전직 고위 경제관료가 그 자리를 차지했던 기억이 있다.  그 결과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은행 및 금융 서비스 부문'은 47위로 한참 뒤쳐져 있다. 수년째 '아시아 금융허브'를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그 중심에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가 있다 .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도 실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정부 출범 후 초대 금융수장들이 발탁될 때만 해도 금융권에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화색이 돌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취임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문화 분야의 BTS, 영화산업처럼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세계적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관치와 낙하산 인사 시도가 계속되는 한 한국 금융 산업의 발전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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